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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28. 2020

오답노트 쓰는 방법.

Feat.  선생님의 역량 

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늘 강조해서 하는 말이 있다.

"틀린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어제 한 실수를 반복해서 오늘 또 저질렀다면, 그건 고쳐야 한다." 



아이들은 늘 "숫자"에 집착한다. 나 역시 한때는 그랬다. 그래서 수업을 갓 시작한 학생들에게, 

"어제 10개 틀렸으면 오늘은 9개 틀리고, 내일은 8개 틀리자."
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하루 사이에 틀린 개수를 하나만 줄여도 잘하는 거라며 아이들을 위로했고, 하나라도 더 맞춘 아이들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틀린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제 했던 실수를 오늘 또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 수업 시작 전에 항상 하는 말은, 

"시험지에 있는 모든 문제를 다 틀려도, 실수가 아니라 정말 몰라서 틀리는 거면 이해해주겠다. 하지만 1개를 틀려도 어제 배운 부분에서 틀린다면 오답노트로 과제가 나간다."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해본 결과, 아이들이 오답노트 하기를 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른 과제는 다 하겠는데, 오답노트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한다. 아마 내가 오답노트를 시키는 방식이 굉장히 엄격하고 할 일이 많아서 일거다. 하지만 오답노트의 적중률은 굉장히 높다. 실제로 오답노트를 한 학생과 안 한 학생의 차이가 크다. 


내가 학생들에게 오답노트를 시킬 때, 아이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1) 문제 적기

2) 보기 적기 

(SAT는 문장식의 보기가 많아서 쓰는 게 정말 많다) 

3) 내가 처음에 고른 게 왜 답이 아닌지 설명 

4) 왜 다른 초이스가 답이 아닌지 설명 

5) 답이 왜 답인지 설명 


1-5번까지 다 풀어서 "적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라는 말도 많이 나왔었다.

하지만 틀린 문제 유형을 틀리지 않으려면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나는 손으로 "쓰는" 힘을 믿는다. 

간혹, 문제들을 타자로 쳐서 해오면 안 되냐고 묻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난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손으로 펜을 쥐고 단어 하나하나를 쓰면서 시간 충분히 투자를 해야 뭐가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로 문제를 치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컴퓨터"를 키는 순간 너무 많은 유혹들이 있기 때문에, 꼭 종이와 펜을 이용하여 집중해서 과제를 해오라고 한다. 


보통 한 문제에 대한 오답노트를 쓰는데 10-15분이 걸린다. 그도 그럴 것이, SAT Writing/Reading 지문이나 문제들은 굉장히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쓰면서 집중을 한다면 내가 왜 이런 걸 틀렸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내가 왜 이걸 답으로 골랐는지 설명을 하면서 자신이 정말 잘못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문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자기의 실수를 스스로가 되돌아보고, 그로부터 배우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는 어마어마하고 오래 남는다. 그래서 오답노트를 하기 싫어했던 학생들도, 점수가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오답노트의 길을 걷는 아이들도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학생들이 오답노트를 해왔을 때 선생님이 반드시 꼼꼼하게 확인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답을 정성 들여서 열심히 해왔는데 그냥 쑥 훑고 다시 돌려주면, 아이들이 다음에는 능률이 안 올라서 과제를 안 해온다. 그리고 오답노트를 할 때 아이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수업시간에 리뷰한걸 잘못 이해해서 이상한 설명을 써올 수도 있다. 그럴 때, 선생님이 잘못된 부분을 캐치해서 다시 알려주면, 학생은 절대로 까먹지 않는다. 




점수를 올리고 싶어서 내게 수업을 의뢰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그들의 점수를 올리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학원들, 강사들을 뒤로하고 나를 찾아왔을 때는 점수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뭘 해도 안되었기 때문에 왔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아이들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역량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는 의미다. 따라서, 아이들이 오답노트를 정말 열심히 해왔다면, 꼼꼼하게 리뷰하고, 아직도 모르거나 헷갈려하는 콘셉트를 다시 잡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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