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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Jan 22. 2024

패티김의 영원한 팬이 되었다

"불후의 명곡 in US"를 시청한 후


요즘 나는 매일같이 유튜브에 올라온 패티김의 노래를 찾아다닌다. 지난 11월에 특집으로 방영된 "불후의 명곡 in US"에서 패티김의 무대를 TV로 시청한 이후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 in US"는 미국 뉴저지 프루덴셜 센터에서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라이브 공연이었다. 패티김을 비롯하여 에이티즈, 잔나비, 박정현, 김태우, 이찬원, 영탁, 싸이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자신과 잘 어울리는 곡을 선보였다.


패티김은 1부 마지막 무대에 등장했다. 85세임에도 여전히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하이힐을 신고 왔다고 했다.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그의 모습이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꼿꼿한 자세, 잘 관리된 몸매, 세련된 옷차림, 여유 있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내 기억 속 패티김은 머리카락을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게 뒤로 빗은 올백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선 모습이었는데, 그날 화면 속 패티김은 은발 쇼트커트를 하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관객들은 “패티, 패티”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패티김은 제일 먼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으로 무대를 열었다. 패티김의 노래를 듣는 것은 몇십 년 만에였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는 가끔 공영방송에서 패티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지만 해외로 이주한 후에는 들을 기회가 없었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의 첫 소절 "가을을"을 부르는 순간, '오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음색이 변함없이 곱고 아름다웠다.


엄마는 패티김을 아주 좋아하셨다. 십 대 시절에 이문세 오빠와 이치현 오빠를 좋아했던 나는 엄마가 왜 그리 패티김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나도 50대가 되어서 그럴까. 패티김의 노래가 내 심금을 울렸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가슴을 촉촉하게 해 주었다.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그대의 가슴에 기대어 가만히 듣는 숨결, 사랑의 기쁨이 넘치네" 등과 같은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침대에 기대앉아 패티김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대 없이는 못 살아"를 부를 때는 나도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제야 엄마가 패티김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따스한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목소리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패티김은 네 번째 곡으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마이 웨이)"를 불렀다. 첫 소절 "And now the end is here(이제 끝이 가까워졌어)"이 내 마음에 훅 들어왔다. 노래 속에 패티김의 삶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패티김은 마치 관중들에게 이야기하듯 노래했다. 나지막하게 읊조리거나 강하게 호소하면서 감정을 전달했다. 노래하는 중간에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와 몇 마디 중단 후 다시 이어갔다.


 65여 년 동안 가수로서의 삶을 걸으면서 마주했을 슬픔과 기쁨,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패티김 자신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낸 것 같았다. 나는 "마이웨이"를 들으면서 눈물을 글썽다. "그게 내 인생이었다"라고 노래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충만한 삶을 살았다"는 가사에 맞게 이 노래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패티김은 2부에서도 한 번 더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은 “패티, 패티”라고 연호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나도 흥분되었다. "초우"와 "이별" 그리고 "그대 내 친구여"를 불렀다. 패티김은 "오늘 이 무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울컥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울렸다. 감동이 물밀듯 밀려 올라왔다.


그날 패티김이 부른 여러 노래 중에서 "마이 웨이"가 내게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마이 웨이"는 사실 예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노래였다. 회사에서 회식할 때 상사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상사들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한껏 폼을 잡고 이 노래를 불렀다. 나는 거들먹거리는 상사들의 행태가 싫었다. 그저 회식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해 이 노래를 전혀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에서 패티김이 이 노래를 부를 때의 감정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와 자부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체적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 느껴졌다. "마이 웨이"가 이렇게 좋은 노래였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불후의 명곡 in US"에서 보여 준 패티김의 무대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유튜브에서 계속해서 패티김의 노래를 찾아 듣고 있다. 특히 길옥윤 이별 콘서트에서 패티김이 부른 "이별" 동영상은 수없이 반복 재생하여 보았다. 감정을 절제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빛나도록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 미국 특집 덕분에 패티김의 노래를 듣게 되었고, 옛 노래에 담긴 깊은 정서를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인생의 역경을 딛고 나만의 길을 멋지게 걸어온 패티김을 존경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패티김의 영원한 팬이 되었다.










사진 출처: 경주시청,  2013년 5월 6일 <패티김, 다시 볼 수 없는 마지막 이별 콘서트 개회> 기사에 사용된 사진이다.  공공누리 제1 유형으로 개방되어 있다.

(2023년 11월에 방송된 "불후의 명곡 in US"에서 패티김이 공연하는 모습은 저작권 침해의 여지가 있어 화면 캡처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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