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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환희 May 07. 2016

Waiting for,

신주, 타이완


1.

화롄의 돌 무더기가 가득한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목엔 할아버지들이 단체로 그저 앉아있었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것을 물었다.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여기서 뭐하세요?"



2.

나는 다 녹슬어버린 철문과 군데군데 부서진 낡은 담벼락 사이에 줄을 쳤다.

나는 굳게 닫힌 철문 너머가 궁금해 바짝 다가갔다가 눈앞에서 너를 마주쳤다.


너는 내가 쳐놓은 줄에 담기기엔 너무 커서 제발 내 기다림을 방해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너는 내 손바닥보다 커서 나는 기겁하여 소리를 지르고 몸을 돌렸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무언가 던져보고 싶었다.


나는 재빨리 다가갔다.

나는 그런 너를 보았다.



3.

거미는 기다리던 벌레가 아닌 것을 확인하자 망설임 없이 나뭇잎을 떼내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참 못되게 나뭇잎을 찢어 다른 곳에 하나를 더 던졌다.



4.

거미 -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까닭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5.

할아버지는 아주 쾌활하게 말했다.


"응? 죽길 기다리고 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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