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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환희 Feb 12. 2016

Round one. Fight

하퓨탈레, 스리랑카


기차가 멈추는 순간 시작된다.
"Round one. Fight"

1.
기차에서 내린 여행자에게 호객꾼이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헤이! 숙소 잡았어?"
"내가 좋은 숙소를 알고 있어"

답변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명함을 보여준다. 명함에는 숙소의 사진과 Free Wifi, Hot Shower, Breakfast 등이 적혀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여행자에게 다가오는 명함은 표준의 양식이 있다. 가격만 달라질 뿐이다. 
"얼마를 원해?"
"투 싸우전?"

발걸음을 당차게 내디딜수록 가격은 점점 떨어진다.
"원 싸우전 파이브 헌드레드?"

또 한 걸음 내딛는다.
"헤이! 얼마를 원해? 말을 해줘 맞춰줄게."
 
그때 옆에서 다른 여행자에게 동일한 대사를 뱉다 실패한 호객꾼이 더 달라붙는다.
"헤이! 원 싸우전 쓰리 헌드레드?"
"에헤, 내가 먼저 했잖아."
"엇 미안. 이 숙소 좋아 여기로 가봐"
스리랑카는 호객행위가 그리 심하지 않다. 호객꾼끼리의 정도가 확립되어 있는지, 서로 경쟁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 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밀어준다. 그들이 공략해야 하는 대상은 여행자이지, 늘 마주하는 이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여행자가 말했다.
"여기서 얼마나 멀어?"
"저스트 텐 미닛"
좀 멀다 싶은 숙소는 모조리 텐 미닛을 외친다. 원 미닛, 투 미닛이 나오지 않으면 분명히 뚝뚝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다.

고민하던 여행자가 말했다.
"원 싸우전 루피. 오케이?"

잠시 고민하는(척)을 하는 호객꾼이 말한다.
"오케이오케이. 너한테만 해주는 거야. 뚝뚝 저기 있어. 가자."


2.
그 사이 남겨진 기차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어여 올라가. 어여"
"자리 잡아야 해"
"티~ 사모사~ 커피~"
"사모사~ 사모사~"
"사모사 얼마?"
"써티 루피~~"
"하나만 줘"
"뭐 해 안 올라가고"
"우엥~"
"이놈아 말 좀 들어"
"티~ 사모사~ 커피~"


3.
기차는 다시 다음 라운드로 향한다.




#사모사는 커리, 야채따위가 든 삼각형 모양의 튀긴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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