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 말랭이마을
새벽은 아슬아슬해서 아름답다. 밤이라고 부르기엔 이미 빛이 스며 있고, 아침이라 하기엔 아직 어둠이 물러서지 않은 상태. 말랭이마을의 새벽은 늘 그 경계에 걸려 있다. 확정되지 않은 시간,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기울지 않은 순간에만 허락되는 풍경이 있다.
이날 아침, 골목은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벽과 지붕은 형태만 남긴 채 색을 보류하고 있었고, 전선과 난간의 윤곽만이 어둠 속에서 먼저 떠올랐다. 집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이 시간에 걷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본다기보다,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말랭이마을은 금강과 서해 바다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새벽이 오면 하늘이 먼저 반응한다. 아직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인데도, 공기는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그때 하늘을 가르며 철새들이 지나갔다. 소리는 먼저 도착했고, 형체는 그다음이었다. 어둠과 빛 사이를 가로지르는 날갯짓은 늘 그렇듯 확신이 없었다. 어디로 향하는지보다, 지금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빛이 들어온다. 오래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한 빛이었다. 말랭이마을의 낮은 지붕 위로 가장 먼저 닿았고, 골목의 벽을 더듬듯 내려왔다. 이 빛은 무엇을 꾸미지 않는다.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닳은 것은 닳은 채로 드러낸다. 새벽의 빛은 친절하지 않아서, 그래서 더 믿을 수 있다.
골목은 그제야 스스로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밤새 균형을 유지하던 어둠은 물러났고, 낮이 차지하기엔 아직 이른 공간들이 잠시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어스름의 상태가 나는 좋다. 모든 것이 분명해지기 직전.
나는 이 시간의 말랭이마을을 볼 때마다, 머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새벽은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쉽게 놓치는 시간이다. 일정 속에 끼워 넣을 수 없고, 계획으로 포획할 수도 없다. 다만 잠에서 덜 깬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을 때만, 이 아슬아슬한 아름다움은 잠시 모습을 허락한다.
말랭이마을에서 바라본 월명동.
그리고 아침을 시작하는 말랭이마을.
철새들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하늘은 더 이상 그들을 붙잡아 두지 않았다. 빛은 점점 확실해졌고, 골목은 다시 일상의 얼굴을 준비했다. 그러나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말랭이마을의 새벽은 늘 그렇다. 완전히 드러나기 전에 가장 아름답고, 이해되기 전에 가장 정확하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새벽을 기다린다. 무엇이 일어날지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를 보기 위해서. 새벽은 늘 아슬아슬하고, 그 아슬아슬함이 이 마을을, 그리고 이 시간을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