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가 내게 말했다

우나와투나, 스리랑카

by 유환희


짠내 나는 바람을 맞으며 표면부터 바스락 말라가는 참치는 내게 말했다.


"나가 한때는 저 바다에서 날뛰었다 이거여. 저기 퍼런 거, 생생하게 날뛰는 파도 보이나? 나가 그 파도보다 더 날뛰었다니께. 아주 기냥. 잉-. 이놈이랑 누가 더 빨리 헤엄치나 시합을 하기도 하구 말이여.(그러면서 힐끔 옆에서 말라 비틀어져버린 참치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참치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쪼매난 괴기들 사냥한답시구 쫓아다니며 겁주기도 하구... 내 꼬리 힘이 아주 기가 맥혔어. 아주 기냥. 잉-. 그나저나 내 대가리 어디로 갔는지 아나? 잃어버렸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겄네..."


참치는 계속 뭐라고 구시렁거리었지만 퍼런, 생생히 날뛰는 파도소리가 참치의 말을 덮었다.




다음 날, 참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이곳을 찾았을 땐, 생선보다 비린 비바람의 냄새가 돌았다. 참치가 말했던 퍼런 바다는 회색빛이 돌았고 생생하다기보단 거칠게 날뛰었다. 비바람의 냄새는 건조대를 관리하는 주인아저씨에게도 다가갔다. 아저씨는 집에서 나와 저 끝에서부터 참치를 하나씩 수거하기 시작했다. 참치는 하나둘씩 포개져 자기 흔적이 묻어난 거친 헝겊조각에 말렸다. 차례를 기다리던 어제의 그 참치가 또 내게 말했다.


"아따 저 양반 또 저러네. 요즘 몸이 뻐근한거시 어디 시원한 물 마사지나 받았으면 했는디... 비만 올라카믄 싸매서 방구석에 쳐넣구 말이여... 이히... 못쓰겄어 저 양반..."


어제보다 말라버린 몸이, 이제는 말캉말캉보다 딱딱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살이, 생생한 바다가 아니라 건조한 헝겊에 싸였다. 비바람의 냄새가 감촉이 되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비는 참치가 없어진 텅 빈 건조대에 떨어졌다. 물고기도 아니고, 이제는 생선도 아니고, 건어물이 되어버린 참치가 헝겊 속에서 말했다.


"거 자네 말이여. 바다에 다시 갈라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나? 나가 지금이라도 바다에 몸을 담구기만 하믄 아주 기냥. 잉-."


잃어버린 대가리와 지워져 가는 바다의 흔적을 찾으려 하는 참치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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