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올리브산(Mount of Olives)에 올라서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사람, 다른 종교, 다른 의미. 그 다름에서 비롯되는 충돌, 분쟁, 그리고 간간히 터지는 총소리. 애초에 종교가 원했던 것은 모두의 화합이었을텐데, 현실은 종교로 인해 서로를 등지고, 핍박하거나 핍박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구시가지는 4개의 종교적 구역으로 나뉘어져있다. 유대교, 기독교, 아르메니안 정교, 그리고 이슬람교. 앞의 셋 구역은 별다른 장벽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이슬람 쿼터 만큼은 수많은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둘러쌓여있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관광객에게는 몇시간쯤 기다리거나 시간을 맞춰서 들어가면 그만이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문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기다려야만 한다. 그것은 단 하루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같이 문앞에서 기다리며, 그들의 여러 이야기를 두눈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환경. 자신의 집마저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게 하는 이스라엘 군인들. 그 냉담함 속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조롱과 항의 뿐이었다.
이 곳에 올라섰을 때, 나는 서로 다른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함께 저 황금 바위 돔을 보는 장면을 목격했다. 키파를 쓴 정통 유대인도 있었고, 단체로 성지순례를 온 기독교인도 있었고, 히잡이나 부르카를 한 무슬림도 있었다. 그리고 나같은 아무런 종교를 믿지않는 순수한(?) 관광객도 있었다. 그들은 별다른 얘기없이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리브 산에는 교회들이 꽤나 많아, 예배를 올리는 신자들을 훔쳐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저 십자가를 향하고 있고, 그 십자가는 이슬람교의 성지 바위 돔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근본은 동일하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모세나 예수같은 자기 세대 이전의 예언자의 존재를 인정한다. 다만 그 예언자의 말이 그를 따르는 이들에 의해 왜곡되어 순수성을 잃었기에, 자신이 그 순수성을 회복한(하늘의 말씀을 따르는) 종교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나는 애초에 신의 존재를 믿지 않기에, 그들이 말하는 순수성, 하늘의 말씀이라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종교를 믿는 것이 서로를 사랑하게 해주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이끌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종교냐 사상이냐는 부차적인 것이다.
인류애라는 종교의 기본적 교리를 생각했을 때, 지금의 종교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해가 지는 것을 보려 했는데, 해가 땅에 가까워질 땐 구름이 잔뜩 껴있었다. 태양은 늘상 따뜻하고 모든 생명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지만, 때로는 구름에 가려 그 온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다는 사실. 그리고 태양은 간혹 너무 뜨겁고 강렬해서 우리를 어딘가로 숨게 만들지만, 그때 구름이 잠깐이나마 그 강렬함을 가려주어 쉬게 만들어준다는 사실. 같은 것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비단 종교만의 일은 아닌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