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파니, 네팔(ABC트레킹)
눈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산과 산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폭설에, 그 장관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풍경을 훑는 여행자들 속에서. 짊어진 배낭에 소복이 쌓이는 하얀 무게마저 원망스럽다. 내가 짊어진 것은 내 것뿐이 아니었는데, 더불어 내 즐거움이 아닌 것들이 나를 향한다. 너는 쉬운 듯 멈췄다가 다시 발을 내딛었다가 고개를 돌려 오른 길을 살핀다. 나는 바닥을, 형체도 없이 흩어져가는 남은 시간만을 초조하게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