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한국
고양이를 갖고는 싶은데 키우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심장이 쿵 내려갈 하얀 장갑의 손짓은 누리고 싶은데, 사료값 및 의료비는 부담하지 못하겠다 이거야. 고양이는 그냥 가끔씩 우리 집 문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와서 이런저런 재롱만 보여주다 소변 및 대변이 마려우면 화장실로 절로 들어가 일을 처리하고 얌전히 내 주위에서 맴돌다가 배가 고프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조용히 나가서 알아서 훌륭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건강을 위해 저 약수터까지 올라서 운동 좀 잠깐 하고 시원한 물도 한모금하다가 다시 재롱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사그락 대며 내 방 창문으로 들어와 발 밑에서 잠시 잠만 자다가 아 이제 진짜 취침시간이다 하면 들어왔던 창문을 다시 열고 나가서 어디 따뜻한데 찾아서 잠을 자는 거야. 그러니까 내게 필요한 고양이는 4대 보험x, 식비 지원x, 건강검진을 포함한 복리후생x, 상여금x의 무급 인턴 고양이인데 그런 고양이가 어디 있나 교차로를 뒤져봤는데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고양이를 못 가지는 거야.
나는 관계에 있어서 무수히 많은 고양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