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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환희 Jan 28. 2016

파도를 고민하다

웰리가마, 스리랑카


오늘은 파도가 좋지 않다고 했다. 해변의 아침, 하나둘씩 모인 어부들은 바다로 배를 밀다 말고 덤덤하게 파도를 바라봤다. 먼저 나간 배는 그물을 내리지 않고 방향을 잃은 듯 바다 한가운데를 돌고 또 돌고 있었다. 어부들은 한데 모여 담배를 돌려피우고 배에 쟁여 놓은 럼주를 조금씩 들이켰다. 고된 노동을 달래기 위해 마련해둔 럼주는 해변에서, 바다로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시간에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일은 분명 고된데, 일을 하지 않는다고 고됨이 흩어지지는 않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지겨움이 어부의 거친 발끝에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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