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주 Aug 20. 2023

나의 일기

코로나 감염



  지난 금요일부터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무탈하게 지내온 시간들이 무색하게 모두의 뇌리에서 잊혀 질 즈음 걸리고 말았네요. 나름 감염 경로를 추측해봤는데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어요. 


  코로나 걸리면 죽는다고 알고 있는 시어머니. 남편은 차마 말하지 못하고 독감이라 했대요.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닷새가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는 며느리와 그런 며느리 때문에 고생하는 아들이 못내 안타까웠나 봅니다. 큰 소리가 나서 급히 마스크를 끼고 나가보니 굿을 하라고 했대요. 보통 병 같지 않다고 말입니다.


  한참 무더운 날 드러누웠는데 일어나보니 하늘이며 바람이며 공기까지 모두 가을내음이 납니다. 식사를 챙기는 사람이 아들에서 며느리로 바뀌었지만 어머니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원래도 감정표현을 아끼는 분이지만 그동안 인지가 더 나빠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사이 어머니의 요강이 집으로 건너왔습니다. 조금이라도 걷게 하겠노라 남편이 허용하지 않았었는데 그젯밤에 화장실서 넘어지신 모양입니다. 운동도 좋지만 안전이 더 우선이기에 남편은 고집을 놓았습니다. 


  어머니와 합가를 제의하는 남편에게 요강은 본인이 담당하라 했습니다. 흠칫하며 “내가?”하기에 “그럼, 그것도 내가 하리?”했지요. 요강을 비우는 아들이 맘에 걸렸던지 당신 손수 처리하려다 쏟은 모양인지 또 한 번 큰 소리가 나네요. 놀라서 나갔다가 모른 척 들어왔어요. 밥이건 빨래건 요강이건 솔직히 모두 다 한다고 과로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게 며느리 몫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는 사절입니다.


  어제는 토요일이고 일주일 넘게 병수발을 들어준 남편에게 휴가를 주었네요. 남편은 아침식사 후 낚시를 하러 갔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낚시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푸근하고 편한 집 두고 한 데서 밤을 새는 백해무익한 것으로 생각하시거든요. 육신의 상처는 한 없이 크고 안타깝지만 정신적 상처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분이라 스트레스 해소라는 말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며느리에게도 서슴없이 상처 주는 말을 하시지만요. 제발 그리하지 말라 사정하면 ‘굶어 죽는 사람은 있어도 잔소리 들어 죽는 사람은 없다.’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어머니, 세상이 바뀌었어요. 요샌 굶어 죽는 사람은 없는데 잔소리 듣기 싫어 죽는 사람은 많아요.


  어머니는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립니다. 집을 나서면서 분명 내일 오겠다고 단단히 일러두는 것을 들었는데 시계추마냥 흘끔 거리며 현관을 쳐다봅니다. 격리기간도 끝나고 통증도 사라졌는데 기운이 나지 않네요, 몸과 정신이 자꾸만 내려앉아요. 어머니보다 제가 더 견디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침마다 두드러기가 올라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의사는 면역이 떨어져서 그렇다는데 참 불편하고 신경 쓰이네요.


작가의 이전글 최여사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