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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환 Apr 09. 2020

대학교육,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디지털 세상 이주 일지(1-10일까지)


#대학교육트랜스포메이션


오늘부터 몇회차가 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사태가 불러온 '대학교육 트랜스포메이션’ 상황을 일지 형태로 기록하려고 한다.

이런 사태가 또 언제 올지 모르니,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프롤로그


내가 있는 곳은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중심으로 시작한 학부9개 학과로 구성된 소규모 대학이다.

나는 올해 6년 차로 아직 조교수다.

나이로 치면 젊은 1/3 그룹에 속한다.

코로나19는 우리 대학에 비상을 걸었다.


교육부의 권고로 인해 오프라인 집합 수업을 온라인(원격)수업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지난주 부총장님을 중심으로 교무처를 비롯하여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교육부 권고대로 2주 개학을 미뤘기에, 3주차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수업을 시작해야 이번학기를 마무리 할 수 있다.

결국 3주차에 개강을 하면서 온라인 과제활동 수업으로 대체하고, 4-5주는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총신대에 유일하게 이공계통, 마침 컴퓨터교육 전공자인 나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컴퓨터교육 전공자라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많은 사람들이 내가 컴퓨터도 만들고, 웹 서비스도 만들고, 어플도 만들고, 온라인 시스템도 뚝딱 만들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컴퓨터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질문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여담이지만 컴퓨터 과학은 18개 정도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커다란 학문분야이다. 

나는 그중에서 프로그래밍 교육, 컴퓨팅 사고력 교육이 주요 연구 영역이다.

컴퓨터가 들어간다고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카드 사양은 고등학생인 아들이 더 잘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수님들은 전혀 모르는 분야이기에 내가 도움을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온라인 교육의 경우 기술은 컴퓨터 과학의 분야이지만 활용은 조금 거리가 있다.

다행히 20년 전부터 블랜디드 러닝에 경험을 쌓아온 터라 조금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오늘 카톡 채팅방을 만들고 교수님들에게 채팅방으로 오시도록 안내했다.

다음주 화상 교수회의를 실시하려면 기본 어플을 깔도록 안내해야 하고, 접속이 어려우신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서다.

지메일이 없는 분들은 지스윗에서 계정을 생성해 드렸다.

초등교사 시절 ‘NEIS’가 처음 도입될 때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카톡 이름이 실명이 아닐경우, 누구신지 모르겠다.

가끔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 교수님들은 가족의 카톡으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시다.


역사상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사는 기분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세상...


어쩔 수 없이 디지털 세상으로 이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대학구성원을 강제이주 시키고 있다.


일지 작성 1일차,

카톡 단톡방 개설로 시작한다.


#2일차 


밤에도 문자가 온다.

지메일을 만들었다고 문자가 온다.

분명 이렇게 안내드렸다.

교수님들께 안내드립니다.

다음주 화요일 교수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됩니다. 교수회의 이후에 개강이후 과제물활동 수업, 2-3주차 온라인 수업에 대한 연수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연수 내용은 영상으로도 제공할 예정이지만, 당일 연수에서 바로 질의응답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참석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쾌적한 접속 환경을 위해 다음과 같은 하드웨어가 필요합니다.

1. 데스크탑의 경우 : 컴퓨터, 헤드셋(마이크 있는 것이 최선, 없으면 휴대폰 이어폰도 잭에 맞으면 가능), 구글 계정(없으면 연락주세요)

2. 노트북의 경우 : 이어폰(대부분 마이크는 내장되어 있으므로, 휴대폰 이어폰도 가능), 구글 계정

3. 스마트폰의 경우 : 이어폰(마이크는 내장), 구글 계정

위의 경우 모두 인터넷 접속시 크롬 브라우저+구글 계정이 필요합니다. 익스플로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구글 계정이 없을 경우 연락을 달라고 알려드렸건만, 지메일 주소를 보내오신다.

갑자기 교육청 장학사 후배가 한말이 기억난다.

“형님, 장학사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아는지 아세요?”

“어떻게 아는데?”

“공문 보낸 날 다음날 바로 알아요.”

“다음날 전화가 폭주하면 못하는 거고, 조용하면 잘하는 거예요!”

이제 무슨말인지 알겠다.


지메일, 구글 계정, 크롬 이런 단어들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좀 더 친절하게, 기초부터 천천히 안내해야겠다.

오늘의 주 과업은 모든 교수님들이 동영상 강좌를 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다.

고민고민을 하다가 초보자의 입장에서 가장 장벽이 낮은 방법을 알려드리기로 했다.

1. 스마트폰+거치대 : 스마트폰을 수직으로 거치하고 교재와 노트로 설명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

2. 스마트폰+삼각대 : 집에서 파워포인트를 띄워놓고 모니터와 본인의 얼굴이 나타나도록 촬영하기(작은 교실 느낌으로)

3. 데스크탑+파워포인트+마이크 달린 헤드셋 : 슬라이드쇼 녹화 기능 이용, 설명하고 동영상 저장하기

위의 세가지 방법을 안내해 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도 혹시라도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유투브, 블로그, 페북 등 검색해 보았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Computational Thinker'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오류(문제)가 발생하면 기민하게 파악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리라.

당일 하드웨어 챙기랴, 소프트웨어 조작하랴, 강의하랴, 정신줄을 놓을 가능성이 있는데 심히 걱정된다.

월요일날 사전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모든 교수님들이 무사히 접속하시기를...



#3일 차


주일은 안식하고,

월요일이 밝았다.


내일 정식 교수회의를 위해서

오늘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테스트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드신 분들이 연락이 주신다.

같은 내용이지만 민원처리센터처럼 최대한 친절하게 안내드리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처음 실시간 화상회의를 해보시는 분들이셨다.

대부분 무리없이 접속하셨지만, 몇분은 계속 접속이 안되시는 경우도 있었다.

동접이 몰리면서 시스템에 부하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 하시는 분들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내가 직접 볼 수 없으니 내부망 문제인지, 행아웃 문제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다시 접속해서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

아마도 총신 내부망 문제인 듯 하다.

내일 학교에서 할 경우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해야겠다.

온라인 화상회의의 경우 오프라인 회의와 달리 몇가지 암묵적인 규칙이 필요하다.(지극히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첫째, 온라인 회의의 경우 카메라를 구비하거나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서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하더라도 카메라 앵글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면 된다. 물론 집에서 막 입는 옷보다는 셔츠하나라도 걸치는 것이 좋다. 나도 집에서 할 때는 밑에는 운동복이지만 위에는 간단한 셔츠를 입고 한다. ㅎㅎ


둘째, 온라인 회의에서는 자신의 발언이 필요할 때만 마이크를 켜고, 이후에는 마이크를 꺼두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또한, 이어폰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울링도 방지하고,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에 마이크 끄는 방법을 모르시는 분이 계셔서 안내해드렸다.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은 사적인 발언도 모두에게 들린다는 사실을 잊으신 채(마이크가 켜져있는 줄 모르시고), 중앙방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드라마에서 처럼 속마음을 전체방송으로 해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마이크 온/오프 습관을 들여야 한다. 


셋째, 오프라인에서 발언할 때는(특히 교수회의 같은 약간 공식적인 회의에서는) 매우 격식을 차리고 본 발언을 위한 사설이 필요하지만, 온라인 회의에서는 가급적 인사와 격식을 간소화하고, 본 발언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아무래도 심리적인 거리감과 정보 전달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거리감을 최소화하려면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건방지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호존중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간결하게 말이다.


넷째, 회의를 진행하는 호스트는 참여자들을 두루 살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온라인 회의라 모든 참여자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중간중간에 참여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촉진자의 역할을 해서 회의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행아웃이나 줌은 많이 사용해 봤지만 구글 미트는 2-3번 사용해 봤는데, 오늘 호스트를 하면서 레이아웃 변경이나   참석자 확인 등이 손이 익지 않아서 다소 허둥거렸다.


나는 1시간 반 가량 계속 대기하고 교수님들은 중간중간에 들어와서 확인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원로 교수님들도 오랜만에 뵐 수 있어서 감사했다.

회의 때는 안되다가 집에 가셔서 성공했다는 감격의 메시지를 보내오신 분도 계셨다.

신학 대학원 교수님 중에서도 줌 라이선스를 구입하시려다가 무료 프로그램이 있다고 안내해 드리니까 좋다고 하셔서 지스윗 아이디를 발급해 드렸다.


갑자기 그 교수님께서 물어보셨다.

“어떻게 이런 일을 교수님이 하세요?”

“혹시 보직을 맡으셔서 그러신건가요?”

“예, 아니요... 보직은 아니고, 제가 컴퓨터 교육 전공이고, 이런 수업 경험이 많아서 맡게 되었습니다.”

“예, 그러시군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예, 학교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죠.”


총신에서 지내다 보면 가끔 학교에서의 내 역할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교수인지, 직원인지...

정보부장 시절 CCTV 설치 문제를 놓고, 니일이니 내일이니 행정실과 티격태격하던 상황이 떠오른다.

작은 학교이고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 그런것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나의 존재 이유는 학생들이고,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다.

불평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자.

학생들이 좀 더 편리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수업에 참여하고, 교수님들은 이런 환경속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시도록 도와드리자.

내일을 위해 스마트폰 삼각대도 다시 구입했다.

연구실에 있는 대형TV를 가져오고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스마트폰 화면이 어떻게 찍히는지도 보여드려야겠다.

내일 있을 두번의 시연(한번은 전임 교수님들을 위해, 한번은 강사분들을 위해)이 무사히 끝나길...


오늘도 예수님의 섬김을 묵상한다...


#4일차

민원센터 직원 분들의 심정 200% 공감!

오늘은 지쳐서 글쓸 힘도 없다.

내일 정신차리고 기록하리라! 

끝!



#6일차


자만이었다.

200명이 넘는 교수님, 강사분들이 모두 내게 질문한다.

"감당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정보부장 때는 1000명이 넘는 학생들 정보도 상대해 봤잖아! 가능해!"

오산이었다.

완패다.


3일 동안 폐인처럼 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중 2일은 재택으로 하고 있다는 거다.

사실 시간 컨트롤이 안되면 재택이 더 무섭다.


마침 윗집에 새로 이사오는 분들이 인테리어 공사를 2일 전부터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딱 맞춰서...

10년 만에 죽어있던 호스팅 계정을 다시 살렸다.

다행히 회원 기록은 남아 있어서 휴면계정에 카드를 내밀고 흔들어 깨웠다.

게시판이 필요하다.

카톡으로 200명 넘는 질문을 처리하다 보니,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살아 남으려면  Q&A 게시판이 필요하다.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

'뭘로 하지? 구글 문서? 노션? 학교 홈페이지?'

다 안된다. 구글 계정 만드는 데에도 한참 걸리셨는데... 학교 홈피 게시판이 가장 좋겠다 판단했다.

문제는 안그래도 모자란 전산팀이 모두 온라인 강좌에 매달려 있다. 손이 없다...

Wix 는 비회원 게시판 안된다. 다른 무료 홈피 서비스도 비슷하다.

결국 10년 만에 다시 깨운 호스팅 계정으로 게시판을 만들었다.


백만년 만에 다시 게시판 코딩을 하는데, 안되겠다. ㅜㅜ

새벽 2시까지 코딩하고 세팅해서 간단한 게시판 하나 만들었다.

다행히 이제는 질문이 아카이빙 된다.

최소한 같은 질문과 답변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간다.

학교 강좌 LMS가 급하게 구축됐다.

다시 한번 강좌 생성, 영상 탑재 러시가 일어날 것이다.

어떤 일이 생길지 감당이 안된다...


내일 각 학과 조교들 민원센터 가동을 위해 교육하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언제쯤 이 난리가 끝날까?


미국발 뉴스를 보면 이번학기 끝까지 갈거 같아 두려움이 든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7일차


잠들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

팀이 생겼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하지만...

다음주에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다음주 월요일 개강이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3주간 이루어진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모두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다.

조교분들과 급하게 모집한 알바 학생들을 꾸려서

온라인 수업 긴급 지원팀을 만들었다.

각 학과를 지부로 해서 긴급지원 서비스를 시행한다.

기본 문제상황을 안내하고

교수님들 입장에서 답변할 수 있도록 연수해 주었다.

젊은 세대들이라 다행히 습득력이 빠르다.

대응팀 게시판도 새로 만들었다.

한번 만들어 두니, 그냥 생성만 하면 된다. 다행이다.

저녁에는 아직도 힘들어 하시는 교수님들을 위해서 반짝 온라인 연수를 해드렸다.

18분(앗, 발음을 잘해야 한다) 정도 들어오셔서 고충을 나누고, 해소해 드렸다.

예상컨대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교육을 다시금 돌아보게 할 것이다.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 모두 해당된다.

사실 이번 사태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새로운 대안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교육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마도 3번 정도의 큰파도를 겪게되리라 예상한다.


- 첫번째 파도: 모두들 온라인 교육에 눈뜨게 되고, 효율성과 도구의 매력에 감탄한다. 이때는 교육자체 보다는 도구의 사용과 교육환경의 변화, 편이성 등에 빠져들게 된다. 온라인으로 교육한다는 그 자체로 만족하게 된다. 온라인 교육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중에 맹목적인 신봉자들이 출현한다.


- 두번째 파도 :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는지는 모르겠다. 뭔가 재미있고, 학생들도 잘 따라오는 것 같지만 교육효과는 미지수다. 점점 도구에 익숙해지면서 Novelty의 효과가 떨어진다. 교수자도 학습자도 뭔가 허전하지만 그 실체를 알지 못한다. 교육방법이 문제인가 싶어 새로운 교수학습 모델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상호작용 전략을 적용해 보기도 한다. 그래도 무언가 허전하고 아쉽다. 신봉자들을 따르던 무리들 중에 이탈자가 발생한다.


-세번째 파도 : 선구자 중에서 교육의 본질을 발견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가 설파하는 교육은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교육의 본질은 환경이나 도구에 있지 않았다. 교육은 삶 자체다. 그가 설파하는 교육은 그의 삶 자체였다. 삶이 교육이기에 제자들은 그가 사용하는 도구나 배우는 환경에 종속되지 않았다.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바라보지 않고 함께 서서 달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잊지 말자!

강제로 온라인으로 이주하더라도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나를 만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배움의 가치를 전할 것인지...


폭풍전야에 유유자적을 꿈꾸며 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10일차


개강 첫날이다.

아침부터 카톡이 쉴새없이 날아든다.

결국 서버가 터졌다.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했건만

예상 밖의 요인에서 트래픽이 발생했다.

주말에 작업한 강의 자료를 아침이 되자 다들 업로드하는 상황이

개강 첫날 학생들의 대량 접속과 맞물리면서 서버가 감당하지 못했다.


503 에러...


다행히 용량과 트래픽 증설로 오전 내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전을 지나고 부터는 학생들의 민원이 물밀듯 들어온다.

“영상이 안보여요.”

“강좌를 다 봤는데, 출결 체크가 안돼요.”

“분명 100%까지 갔는데, 다시 접속하니 0%예요.”


웹을 사용하면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코덱 문제로 보이지 않던 영상을 네이버 웨일을 이용하면 보인다는 대안도 스스로 찾아낸다.

예상했던 문제 영역은 크게 3가지였다.

  1. 학사와 관련된 문제 : 수강 신청 및 정정, 강의 배정, 과제 제출 일정, 수강 일정 등

          -> 장애학생들의 경우 도우미 학생들도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온라인에서 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장애센터 선생님이 영상을 다운받아 자막을 달고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계셨다.


  2. 시스템 문제 : 시스템 접속, 로그인, 수강 방법, 과제물 제출 등

          ->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 비번을 5회 틀려서 초기화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이건 정말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다. ㅜㅜ

               다행히 오후부터는 안정화 되었고, 중간중간 발생하는 문제는 대응팀을 통해 전산팀과 개발팀에 바로 연락되고 바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3. 강의 콘텐츠 문제 : 이건 수백 분의 교수님들이 만들어서 올리기 때문에 일일이 컨트롤 할 수 없었다. 다만 사전 예방 차원에서 지속적인 연수와 도움으로 어느정도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 가장 빈번한 문제는 검은 화면, 이건 시스템에서 H.264 mp4 를 주로 받아주는데 같은 mp4여도 다른 인코딩 방법을 사용하면 종종 음성만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동영상을 만들고 반드시 적절한 인코딩을 선택하세요.” 이 말을 이해하시면 저런 상황도 일어나지 않을리라.

             

 빠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전산팀에 의뢰해서 사양이 좋은 PC 2대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어차피 시작된 일, 교수님들을 최대한 지원해 드리자. 교양교육원 쌤과 의기투합했다.

              미디어연구소의 조교 학생에게도 동영상 변환 방법을 알려주고, 교수님들께 공지했다.

              동영상 용량을 줄이시거나 화면이 검게 나오는 영상이 발생할 경우, 공유 폴더에 올려주시면 적절한 파일로 변환해서 드리겠습니다.

              이른바 ‘동영상 용량 줄이기 서비스’를 실시했다.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 다운로드 폴더를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1G짜리도 올라온다.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교수님도 힘드시고, 서버도 힘들었을 거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예상대로만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럴 경우 빠른 판단과 결단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내일 신대원, 일대원 강의가 몰리는 오전시간은 또 다시 예측불가다.

왜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인데 굳이 오프라인 수업시간에 그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걸까?


온라인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수강이 가능하다는 건데, 왜 꼭 그 시간에 들으려고 하는 것일까?

2000년대 초,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할 때 장면이 생각난다.

"자, 인터넷이 느릴 수 있으니, 1분단이 먼저 접속해서 올리세요. 이제 2분단이 올리세요."

그래도 가끔씩 다음 스텝을 질문하신 교수님들이 계신다.

"수업은 하겠는데, 학생들 참여는 어떻게 유도하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는지 잘 모르겠어요.”

“교수님, 이제 다음 스텝을 준비하실 단계입니다.”

수요일 신대원 교수님들께 마지막 강좌 세팅 연수만 마치면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겠다.

강의 만들고, 라이브 수업 세팅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진화되었으니,

다음은 온라인 환경에서 적용가능한 교수학습 방법 안내이다.

다시 온라인 연수를 준비해야겠다.

다른 분들은 2-3주차 강의를 다 만드신 것 같은데, 

아뿔싸, 나는 아직이다.

이번주도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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