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에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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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코드다.
목요일은 많이 지친다.
요즘은 목요일이 금요일 같다.
목요일은 4-5시간 라이브 강의가 펼쳐지는데,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박사 시절로 돌아가신 교수님들도 종종 보인다.
박사 시절 일과가 끝나고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려면 보통 자정이 넘어서인데,
방해받지 않고 영상강의를 제작하시려고 그 시간을 선택하시는 교수님들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나는 컴퓨터 실습과 팀플이 많아서 2/3를 라이브로 진행한다.
라이브는 항상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하게 되고, 강의가 끝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온라인 강의는 예전에도 많이 해봤던 터라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온라인 교육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풀로 모든 과목을 매일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학문을 연구할수록 더 어려워지면서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현상과 비슷하다.
최근, 특히 이번 주에 강렬하게 느낀 인사이트를 몇 가지 정리해 본다.
1. 온라인 교육은 철저한 개별화가 가능하다. 근데 이건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하다. 수강 인원이 적으면 더 효과적으로 가능하다. 오프라인 컴퓨터 실습의 경우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학생들의 PC를 직접 조작하면서 보여주는 방법으로 피드백이 가능한데, 온라인 교육에서는 2가지 모두 가능하고, 한 가지가 더 가능하다.
교수자는 말로 설명하고,
학습자는 해당 말을 이해하고 수행해 보는 방식이 가능하다.
보통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바로 지도해 주는 것이 빨라서 그렇게 하는데, 온라인에서는 화면 공유나 전환, 원격 도움 등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딜레이가 있다 보니, 간단한 것은 말로 설명하고 따라오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경우 교수자는 인터페이스와 메뉴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해결 방법을 절차적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알고리즘을 만들듯이 설명하면 된다.
이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의외로 내 설명에 따라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신기하다. 이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될 경우 전체 활동을 시켜놓고 그 시간에 그 학생의 화면을 보면서 해결해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2. 온라인 라이브 경우, 내용을 설명하거나 시범을 보인 후 학생들의 반응, 성취도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매시간 반응을 도와주는 1-2명의 헬퍼가 필요하고, 오프라인 수업보다 진도를 천천히 나가야 한다.
피드백을 주고, 성취도를 확인하고, 학습을 촉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다소 줄어든다. 각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만 전달하고 숙달하도록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번 학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2-3년간 강의하던 내용을 다시 재구성했다.
3. 그룹 활동 지도는 온라인 환경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다. 그룹별 활동 상황 점검과 피드백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공간을 이동해야 하고, 불쑥 참가하면 갑자기 흐름이 끊기거나 말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의 경우 슬쩍 참여하면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며 상황을 지켜보다가 피드백을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학생들의 상황을 지켜보고
한눈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되는지 파악하기기 용이하다.
오늘도 학생들 상황 살피랴, 화면 공유하랴, 조별로 소회의실로 배정하랴, 원격으로 문제 해결하랴,
바쁘다...
오프라인에서는 말 한마디로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온라인에서는 교수자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줘야 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만큼의 교육효과를 높이려면 내공이 더 필요하다.
교육 외길 21년 차,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
갈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