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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환 Apr 27. 2020

52일 차, 회색

온라인 교육의 이율배반

회색의 컬러코드는 #A4A4A4 이다.

A4가 3개다! 반복이다...


온라인 교육은 새로운 도전이다.

교수자에게나 학생에게나.


100% 온라인 교육으로 접어든 지 어느덧 7주 차에 접어든다.

미국의 맥스웰 몰츠가 '성공의 법칙'에서 21일의 법칙을 얘기했다고 한다.

21일 정도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면 습관이 바뀐다는 얘기다.

이미 임계점은 넘어선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교수님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고 학생들도 초기의 불만들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Q&A 게시판도 155번째에서 멈추었다.

루틴 하게 돌아가는 문제들은 모두 해결책을 확보했다.


정작 문제는 '교육'이다!

학부시절 교육철학 교수님의 질문이 떠오른다.


"자네들 교육이 뭐라고 생각하나?"

"교육은 가르칠 '교(敎)'에 기를 '육(育)'으로..."

"아니, 한자 뜻풀이를 몰라서 묻는 게 아니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괜히 아는척하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나는 군대를 전역한 복학생으로 3년 후배들과 함께 수강하던 과목이었는데

학점 따기 어려운 과목으로 명성이 높았기에 후배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고,

나만 신나서 대답하던 강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교육학자로 살다 보니 나름대로 교육관이란 게 생겼다.

페다고지(Pedagogue)의 어원이니, 바이블처럼 외웠던 '정범모' 교수님의 교육의 정의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자그마한 개똥철학 교육관을 가지고 싶었다.


김 교수 개똥 교육관에서 이 시대의 교육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가장 근본적으로 교육은 교육 자체로서 가치를 가진다. 피터스나 듀이의 입장을 차용해 보자. 인간은 '배움의 존재'이고, '앎의 기쁨'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교육이다. 앎의 기쁨을 경험하게 되면 배우는 것 자체가 삶이 되고 교육의 목표가 된다.

2.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성의 존재이기에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보통 '진로', '직업'이라고 말하는 것과 연계된 교육이다. 기본 소양교육도 필요하고, 직업적 스킬을 익히는 교육도 필요하다.


대학교육은 어디에 속할까?


흔히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말한다.

학문의 진리탐구를 대학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를 나타낸 것이리라.


최근 몇 년간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대학평가'에서 보면 진리탐구는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학평가 항목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요구에 따라 현시대의 대학은 실용학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100% 온라인 교육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학생들은 자격증,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강좌는 열심히 수강하지만, 교양이나 여타 학점을 위해 존재하는 강좌에서는 열심을 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수님들은 대면교육을 원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온라인 교육을 원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에서의 안전성, 다시 돌려보기가 가능한 온라인의 장점, 언제 어디서나 수강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둘러대고 있지만, 

내면의 이유는 자신의 열정을 바칠만한 배움의 까닭을 찾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이제 역(逆)으로 교수들이 자신의 학문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도권이 강좌를 만드는 교수들에게 있었다면

이후 주도권은 강좌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이 강좌는 너희들이 열정을 다해서 꼭 배워야만 하는 학문이야!
 

학점의 장벽도 필수의 장벽도 코로나19를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를 넘을 수 있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문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완전히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교육의 목적을 추구해야 학생들이 열정을 다해 수강하게 될 것이다.


앎의 기쁨, 그 어려운 목적을 이루어보자!


코로나19 시대야말로 진짜 교육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때이다.

진검 승부다!


지난주 처음으로 라이브 수업에서도 강의가 끝났으나 접속을 끊지 않고 한사코 더 듣겠다고 남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ㅜㅜ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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