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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환 May 06. 2020

64일 차, 주황

온라인 교육의 분기점

주황은 창조적 감각의 상징이라고 한다.

#FF7F00  이다.


지난주 금요일 2020년 1학기를 통으로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앞선 일지에서 밝힌 것처럼 3월까지만 해도 총신대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었다.

온라인 교육을 시작한 지 7주 차가 지나는 시점에서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어느 정도 적응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면대면 교육에서는 공휴일에는 보강을 할 수 없지만 온라인 교육에서는 가능하다.

이번 학기 한시적으로 그렇게 운영할 수 있게 규정을 만들었다.


오늘 어린이날 잡혀있던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다.

나는 온라인 라이브 수업을 하기 원했지만 학생들은 동영상 수업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그동안 내가 재미있고 유익하게 가르치지 못한 걸까?

면대면 교육에서 만큼의 감동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 뉴스에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나왔는데, 콧수염을 붙이고, 캐릭터 안경을 쓰고, 액션캠까지 달았다.

선생님들의 심정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저렇게까지 해서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보다 보여지는 형식과 도구의 사용, 기교에 투자해야 하는 것인가?


대학생쯤 되면 자신의 사고와 가치관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으니 가르침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외적 동기보다는 앎의 기쁨과 학문의 깊이에서 오는 내적 동기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수업에서 학생들은 어떤 동기를 자극받고 있을까?


면대면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동기를 자극하고, 수업에 참여하게 하고, 서로 돕게 하는 활동을 잘 만들 수 있다. 20년 넘게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유치원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두루 경험하였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온라인 교육도 제법 경험이 있어서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이전의 온라인 교육은 어느 정도 동기를 가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었기에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1학기를 통으로 하다 보니, 확실히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학생들의 목표 달성을 확인하는 것도, 

동기에 대한 의도를 확인하는 것도,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모든 것이 쉽지 않다. 

얼굴, 특히 학생들의 눈이 보이지 않으니 그동안 쌓았던 노하우가 통하지 않는다.


내 수업은 모두 학생들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실습,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기에 더더욱 학생들의 반응과 피드백이 중요하다.

이제 100% 온라인 상황에서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자의 길에 새로운 분기점이다!

이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는 느낌이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설레던 교사 초년병 시절의 창조적 감각을 일깨울 때이다.

학생들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다시 노력해야 한다.


교육자 인생에 다시 찾아온 진검승부다!

언젠가 교육에서 '무초'를 이루고야 말리라!

無爲而無不爲  / 소오강호


라이브 수업에서 상호작용 팁) 매 시간 대답해주는 학생 2명을 지정하여, 질문과 실습 상황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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