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넉살이 좋다

소심한 내가 얻은 생존 기술

by 환군

나는 넉살이 좋다.
근데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예전엔 혼나면 기가 확 죽어버리고,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알바를 전전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별별 상황을 겪다 보니 말주변이 조금씩 늘었다.
어쩌면 자연스레 처세가 몸에 밴 거일지도 모른다.


교통 정리 알바를 할 때 일이다.
아저씨 두 분이 시비가 붙어 말싸움이 오갔고,
뒤에서는 차가 밀리는 상황이었다.

“아버님들, 아들뻘 되는 청년이 최저 시급 받으면서
비 오는 날 고생 중인데, 제발 그만 싸우시죠.”

두 분이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

“그라입시더, 그만하고 갑시다.”
순간 분위기가 풀렸다.
그때 느꼈다. 아, 말 한마디가 이렇게 상황을 바꿀 수도 있구나.


지각했을 때도 비슷했다.
직원분이 화가 단단히 나 있었고,
옆에는 대표님까지 서 계셨다.

나는 고개 숙이고 말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내일은 새벽에 나와서 문 지키겠습니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대표님도 그냥 넘어갔다.
예전 같았으면 눈치만 보며 기죽어 있었을 텐데,
넉살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다른 현장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환이 씨, 나이가 몇인데
이걸 몇 번이나 알려줘야 해?”

나는 바로 대꾸했다.
“대표님이랑 말 한마디 더 섞고 싶어서요.”


잠깐 정적이 흐르더니,
대표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짜증 나네..그래서 커피 뭐 좋아하는데?”

그날 이후 대표님은 가끔 커피를 챙겨주셨다.


돌아보면 나는 넉살로 버텨온 순간이 많다.
그리고 넉살은 내가 수많은 사람을 겪으며
터득한 기술이다.


말 한마디 덕에 싸움이 웃음으로 끝나고,
농담 한 줄로 혼날 자리를 넘긴 적이 많다.

솔직히 나는 일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다.
잔실수도 많고, 남들보다 느릴 때도 있다.
하지만 능글맞은 내 성격 덕분에
사람들이 날 조금 더 좋아해 준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