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로드는 처음이지?
로드 자전거를 입문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몇 가지 적어두면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좀 끄적여본다.
오늘의 주제는 자전거에 타고 내리는 방법이다. 굳이 로드 자전거가 아니어도 자전거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타기 시작하는 동작과 멈추는 동작이다.
바퀴가 둘 뿐인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퀴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얘기하자면 각운동량 보존 법칙 때문이다. 바퀴가 돌고 있으면 회전축의 방향이 바뀌지 않으려는 관성 때문에 잘 안 넘어지는데, 각운동량이 낮아지면, 즉 회전수가 낮아지고 자전거가 느려지면, 그만큼 넘어지기 쉬워진다. 팽이가 빠르게 돌고 있을 때는 옆에서 툭 쳐도 회전축이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많이 느려져서 거의 멈출 때가 되면 힘 없이 픽 넘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바퀴가 느리게 도는) 타기 시작할 때와 멈출 때가 제일 넘어지기 쉽다.
보통 어린이용 자전거나 철티비 같은 생활차는 안장에 앉은 자세로 타고 내린다. 안장에 앉아서 바닥을 발로 몇 번 민 다음 페달을 밟기 시작하기도 하고, 한 발로 바닥을 디디고 반대편 페달을 밟으면서 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땅에 발을 디딘 채로 안장 위에 앉을 수 있는 세팅으로는 자전거를 오래 타기 어렵다. 땅에 디뎠던 발을 페달 위로 올리면 골반에서 페달까지의 거리가 이상적인 거리보다 짧기 때문에 약간 쪼그려 앉은 것 같은 자세가 된다. 무릎, 허벅지, 종아리 근육에 모두 무리가 가서 자전거를 잘 탈 수 없다.
이상적인 안장 높이는 안장에 바르게 앉아서 발 뒤꿈치로 페달을 끝까지 밀었을 때 다리가 일직선이 되는 정도다. https://shealth.life/r/Nqaa의 “안장 높이 설정하기” 섹션의 사진을 참조하자. 다리를 쭉 뻗어도 페달에 뒤꿈치가 안 닿으면 안장이 너무 높은 것이고, 뒤꿈치로 페달을 쭉 밀어도 다리가 굽어져 있다면 안장이 너무 낮은 것이다. 안장 높이를 이렇게 맞추고 나면 까치발을 해도 한 발로 땅을 디디고 다른 발을 페달 위에 올려놓기 어렵다. 안장에 앉은 상태로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안장 높이가 이상적인 높이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뜻한다.
로드 바이크를 처음 샀을 때, 딱히 고급 제품을 산 것은 아니다 보니 피팅 같은 건 해 주지 않았다. 그냥 (발뒤꿈치로 페달 미는 방법으로) 안장 높이만 맞춘 자전거를 받아 들었는데, 처음 자전거에 탈 때 엄청 당황했다. 샵 사장님은 그냥 “올라타요”라고만 하시고는 매장 안으로 서둘러 들어가셨다. 아무리 까치발을 해도 안장에 앉을 수도, 반대편 페달에 발을 올릴 수도 없었다. 어찌어찌 움직이기 시작은 했는데, 내릴 때가 더 큰 문제였다. 안장에 앉은 채로 발을 땅에 딛기가 어렵다 보니 내릴 수가 없어서 거의 패닉 상태로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우당탕탕 내려야 했다.
아마 로드를 처음 겪는, 아니, 꼭 로드가 아니어도 안장 높이를 제대로 맞춘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할 텐데, 자전거는 원래 안장에 앉은 채로 타고 내리는 게 아니라는 데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로드, MTB, 하이브리드, 모두 마찬가지다.
탈 때는 일단 엉덩이가 안장보다 앞쪽에 가도록 한 다음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 반대편으로 넘긴다. 이렇게 하면 안장은 엉덩이 뒤에 있고, 가랑이가 탑 튜브 위에 걸친 자세가 나온다. 이 자세에서 밟기 시작할 페달을 (자전거 왼편에서 봤을 때) 9시에서 12시 사이 적당한 곳에 위치시킨 다음 페달을 밟으면서 자연스럽게 안장 위로 올라앉으면 된다. 이 과정을 간단하게 말하면 “올라타요”라고 할 수 있는 거다.
내릴 때는 이와 반대로 한다. 속도를 줄여서 거의 멈출 때쯤 되면 엉덩이를 안장에서 들어서 앞쪽 공간으로 옮기고, 이 자세에서 한 발을 땅에 디뎌서 멈춘다. 그러고 나서 한쪽 다리를 들어 넘겨서 자전거에서 벗어나면 된다.
뭔가 글로만 쓰다 보니 많이 어색한데, 한 가지만 기억하자. 안장에 앉지 말고 탈 때나 내릴 때나 안장 앞쪽 공간에서 시작하고 끝내면 된다. 결국은 내가 로드 자전거를 처음 산 날 그 사장님이 얘기해 준, “올라타요”가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