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오늘 밤에 나를 불렀다.

아이의 마음이 활짝 열리는 그 시간에

by 료료

나는 다시 물었다.

"이 노래가 왜 좋아?"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밤 속으로 걸어가는 느낌이야. 혼자만의 시간에 불어오는 밤공기는 그 고요한 밤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기분이 들어. 어둡지만, 멀리서 불빛이 보이고, 왠지 모르게 슬프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서로 대비는 되는 부분이 공존해서 좋아."


그 말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성숙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어린 나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말야. 지금은 그런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없지만, 언젠가는 다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 반짝이는 불빛이 깔린 밤길,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는 그런 거리처럼.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로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 속에 나도 함께 있는 것 같아서 좋아."


[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OST - 야행 / 요루시카 ] , 1월 / 이치가츠 (출처)




흐트러진 주방을 정리하고 돌아보니, 건조기 속에 다 돌아간 빨래를 이틀째 방치한 것이 보였다. 주방 테이블 아래에 그대로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언제 갤까’ 하다가, ‘누가 개겠지’ 하고 넘겼던 것. 결국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사실은 양치를 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갑자기 빨래를 개고 싶어졌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저앉았다. 빨래를 개다 보면 어느새 창밖이 어두워지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걸 보게 되었다.


둘째에게 말을 걸었다.


"커튼 좀 쳐"


어두운 야경을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집안이 밝기 때문에 커튼을 쳐야 한다는 남편의 말이 이 시간만 되면 또렷이 기억이 난다. 그래서 늘 둘째를 부르며 늘 커튼을 치게 한다. 그러고 나면 금세 아늑한 거실 분위기로 변신한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엄마인 나에게는 가장 분주한 시간.

동시에 가장 새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싶은 시간이다.


하지만 첫째가 말했다.


"엄마, 와요."


"응?"


"같이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지금 바로 와요!"


속으로 생각한다.

'뭐야. 오라고 하면 당장 가야 하고 가라고 하면 또 바로 가야 하는 거야? 흥..'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즐거운 마음으로 간다. 어쨌든 중3딸이 날 불러주는 건, 말하자면 사랑스러운 고백 같은 것이니까. 나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딸아이에게로 간다.


"요즘 일본 노래가 좋아. 요루시카라고 알아?"

"모르는데?"

"들어봐 봐. 같이 듣자!!"


들어보니 나도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너무 좋은데?"


노래를 들으면서 아이가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조용히 듣고 싶었다. 말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럴 수 없었다. 괜히 말했다가, 다시는 같이 못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오늘도 현명한 엄마가 되길 선택하기로 했다.


'알겠니? 딸아?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마음속으로 갈등하는지?'

노래가 끝나고,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이 노래를 엄마랑 듣고 싶었어?"


그 아이는 대답했다.


"엄마를 좋아하니까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고 싶었지!"


"왜 좋아하는 사람이랑 듣고 싶었어?"


나는 <왜>라는 말을 참 잘한다. 항상 왜라고 묻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이 그 질문을 불편해한다는 걸 뒤늦게 알기도 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왜인지 알게 되면, 그 마음을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녀는 낮 내내 방 안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문을 닫고 들어가면, 노크를 해도 선뜻 열리지 않는다. 뭐가 그리 바쁜지, 뭐가 그렇게 숨기고 싶은지, 나는 그 문 앞에서 몇 번이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밤이 되면, 아이는 나를 부른다. 내 옆에 앉으라고 한다. 빨래를 개던 손을 멈추고, 나는 아이 옆에 조심스레 자리를 잡는다. 노래 속에 그녀가 흘려보내는 감정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직 열다섯.
한창 중간고사를 앞두고 마음이 예민할 나이.

나는 그 노래가 정말 고마워졌다.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 귀엽고, 소중한 마음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이가 내 옆에 앉으라고 말한 그 순간.

노래가 재생되는 그 순간_ 아이의 마음이 활짝 열리는 그 시간에_

그림처럼 환하게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다.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는 그 노래를 들으며.

야행.
밤을 걷는다.


오늘 밤이 가기 전에

너는 나를 부르고

나는 너의 옆에 앉아서

내일 밤을 다시 기다린다.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첫째와 내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멀 찍히서 우리를 바라보던 둘째.

그 눈빛에 움찔.


무섭다. 차갑다.

그녀에게서도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진다.

그녀 손에 잡혀있던 요리책.


요즘 그녀는 요리책을 자주 보신다.

오늘은 또 어떤 요리를 나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


내일은 꼭 크림감자뇨끼를 먹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초5_ 너는 참, 늘 당당하구나.


그래서 좋다.


그래서 밤 12시가 되기 전에 나는 급히 재료를 구매를 했다.

그래야 내일 아침, 그 재료들이 도착할 테니까.


너도 같이 노래 듣고 싶었구나?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미안해. 그래도 너무 늦었으니 내일 듣자고 다독이며 들여보냈다.

(급 냉정하게)


냉정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잘 가. 꼬맹아. 내일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쥐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