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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Uffe Isolotto, We walked the Earth,2022

by 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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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래프트 ai로-


우리가 있는 곳은

그저 코스모스가 피는 우주일 뿐이다.


그 우연을 기다리고 있는 곳에

영원을 믿는 것처럼


초점 없는 수많은 행성들 속에

조용히 스며들고 싶을 때가 있다.


기억이 팽창하는 것처럼 우주도 팽창할까

상처가 팽창하는 것처럼 우주도 팽창할까

후회가 팽창하는 것처럼 우주도 팽창할까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볼 때


나는 그저

진공도 시간도 공간도 없이

흘러가는 먼지 같은 존재일 텐데


보이지 않는 광경들로 인해

코스모스의 폭발이 화려하게 필 때까지

나는 지고 피고 지고 피고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지나간 시간 위의 존재


3년 전,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되어 있던 2022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3년 만에 다시 개최되었다. 1895년 시작돼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그동안 홀 수 해에 미술전, 짝수 해엔 건축전이 열렸는데 코로나 사태로 두 분야의 전시 일정이 각각 1년씩 미뤄졌다고 한다.

Uffe Isolotto, We walked the Earth, 2022.


가족들과 넓고, 넓은 비엔날레를

누비며 다니다가 지쳐있을 때쯤


더위도 피할 겸 덴마크 파빌리온(국가관)에 들어갔다.


"엄마! 사람이 누워있어!"


비명을 지르며 아이들이 달려왔다.


비명 소리에 놀라던 찰나,

그 순간에 심장이 따끔거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누워있는 켄타우로스,

아이를 낳다 죽은 것인가.


이게 비평적 몰입형 전시라고 한다고?

예상치 못한 드라마 같은 초현실 세계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존재를 묻는 작품이라고?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와

모두가 고통받는 디스토피아가 나란히 존재한다.

심지어 모든 것들이 연결될 수도 있는 우주,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는

우주라고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이 작품을 보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작가 우페 이솔로토는 해석을 위해 문을 열어두는 것이라며

몇몇의 온라인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침묵했다.


(진심인데, 문을 좀 많이 열어둔 것 같았다.)



가까이에 앉아서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시장은 낡은 농장 헛간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흙, 건초, 그리고 농기구들이 배치되어 실제 농촌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불쾌한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관람객들은 더 모이고 있었다.


인간과 동물의 특징을 결합한 조각들로, 이들은 생명공학적 실험의 결과물로 보이게 만들었다.


흙과 동물의 냄새가 펴져있었고,


이는 관람객이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세계에서 인간이 생존을 위해 극단적인 기술적 대입을 시도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암했다.


초현실 속에도 가족은 존재하는 것,

이 모든 역사들이 우리에게 전달되어 이어지는 것을 관찰하고 있다. 직도 다 읽지 못한 단테의 신곡 '지옥편'이 전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잃은 켄타우로스는 고난의 길조차 잃은 것이 아닐까? 누군가 나를 자세히 관찰한다면 그것은 유명해졌다고 좋아하게 될까? 비명을 지르며, 나를 가리키며 말을 할 것이다.


초점 없는 수많은 행성들처럼 조용히 스며들 수 있을까?


그 누군가가 나일 수도 있잖아.


지나간 시간 위에 남은 존재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에 대하 서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남긴 이질적인 경계만이 존재의 흔적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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