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시간의 흐름
초록빛 압생트와 날개 없는 소녀,
호수 속 ‘워터울프’가 엮어내는 초현실 이야기.
지수와 준희, 니케와 엉젤, 빛의 종족들은
오후 다섯 시 ‘녹색 시간’에 서로의 세계를 침범한다.
빛이 갈라진 그 순간, 당신은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오후 다섯 시, 녹색 시간이 열리면 세계가 흔들린다.
지수와 준희는 녹색 언덕에서 날개 없는 소녀와 ‘엉쥴리끄의 날개’를 마주한다. 동시에, 니케와 엉젤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서로를 시험한다. 한편, ‘빛’을 다루는 종족 우눔·루미나·루멘·물타가 초록빛 압생트 속에서 상처와 비밀을 풀어낸다. 그 빛의 갈등 속에서 낮은 땅의 주인, 워터울프가 깨어난다.
과거, 그는 호수이자 괴물로서 도시를 위협했다. 사람들은 힘을 모아 그를 말려 죽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이퍼스 도서관에서 준희와 지수는 워터울프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책 속 활자들이 빛과 물로 변해 도서관을 집어삼키고, 다시 녹색 종이 울린다. 푸른 눈의 늑대가 그들을 응시한다. 땅은 무너지고, 두 사람은 깊지 않은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한다. [빛과 어둠, 기억과 망각, 구원과 파멸이 맞물린 침입의 소설]
지수와 준희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말없이 달린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골목길을 지나, 녹색 언덕이 보이는 끝까지. 어느 날 그곳에서 날개 없는 소녀를 마주한다. 그녀는 하얀 천과 반짝이는 종이 조각을 쥐고 있었고, 지수는 주머니 속에서 정체 모를 종이를 발견한다. 종이에는 ‘엉쥴리끄의 날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준희는 “기억에 없지만 내 옷처럼 꼭 맞는 순간”이 있다는 말을 남긴다. 그날 이후, 니케와 엉젤의 목소리가 공기를 흔들며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엉쥴리끄는 니케와 엉젤에게 날개를 찾으라 명령한다. 둘은 열차와 고깔모자 같은 기묘한 단서들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 여정에서 웃음과 장난 뒤에는 날카로운 위협이 숨어 있었다.
우눔·루미나·루멘·물타. 빛을 다루는 네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의 빛’, ‘빛들’, ‘빛’, ‘많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은 압생트의 초록빛과 죽음을 품은 이미지 속에서 움직인다. 루멘은 압생트를 마시며 고독과 선택 사이를 맴돌고, 물타의 손목에는 녹색 글씨가 새겨진다.
“녹색 불빛을 들고 걸어오는 남자는 그림 언덕의 초점을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꿈을 꾼다.”
니케와 엉젤은 마침내 하를럼 녹색언덕 역에 도착하지만, 날개는 여전히 사라진 상태다. 고깔모자의 주름이 터지며 엉쥴리끄에게 모든 것이 전해질 위기, 둘의 불신은 깊어진다. 그때 녹색 종이 울리고, 낮은 땅의 주인 워터울프가 깨어난다. 과거 사람들은 호수이자 괴물인 그를 말려 죽였지만, 그는 여전히 땅을 물어뜯는 늑대처럼 살아 있었다.
쿠이퍼스 도서관에서 준희와 지수는 워터울프가 아직 존재한다는 단서를 발견한다. 책 속 활자가 빛과 물로 변해 도서관을 집어삼키고, 지수의 눈동자는 녹색으로 물든다. 그 속에서 엉젤의 미소가 겹쳐 보인다. 다시 울린 녹색 종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푸른 눈의 늑대가 나타난다. 땅이 무너지고, 그들은 깊지 않은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지수
예언의 매개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에서. 어느 날 주머니 속에서 정체 모를 ‘엉쥴리끄의 날개’를 발견한 뒤, 녹색 빛에 물들어 간다.
준희
관찰자이자 동행자. 의심과 호기심 사이에서 지수를 바라보며, 그의 변화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워터울프의 힘을 갈망.
날개 없는 소녀
결핍과 미스터리를 품은 존재. 하얀 천과 반짝이는 종이 조각을 들고 나타나, 아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엉쥴리끄
니케와 엉젤의 근원. '순결하고, 완벽한 자'. 압생트를 매개로 세계의 선택을 중재. 차갑고 서늘한 심판자. 날개의 행방을 쥐고 있다. 현 존재의 파편. 갈등의 핵심 축.
니케
승리의 여신의 이름을 가진 강인하고 단호한 소녀. 잃어버린 날개를 되찾으려 노력한다. 엉젤과 함께 엉쥴리끄에서 갈라져 나온 '빛의 조각' 중 하나.
엉젤
천사라는 이름을 지닌 장난기 많은 소년. 겉은 천진무구하지만, 눈빛은 압생트에 당금 잔혹꽃처럼 독하다. 지수와 준희를 교묘히 유혹하며, 니케와 날개와 눈동자를 두고 끊임없이 다툰다. (장난과 공포를 동시에 품은 존재로, 니케를 돕기도 방해하기도 한다.)
우눔, 루미나, 루멘, 물타
빛을 다루는 종족. ‘하나의 빛’, ‘빛들’, ‘빛’, ‘많은’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압생트와 초록빛, 상처를 상징한다.
워터울프
"모든 빛이 하나로 모일 때, 마지막 페이지가 쓰여지리라."
호수이자 괴물, 그리고 자연의 분노. 육지를 집어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세계를 삼키는 궁극의 힘.
블라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아끼는 어린 워터울프. 폭풍우 치던 밤, 낭떠러지에서 죽음 직전까지 몰렸으나 마을 사람들의 손에 구해져 목숨을 건졌다. 이후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워터울프에 관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존재는 의문과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소설을 쓰기 전에는 마치 여행 전날의 가방처럼 설렘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내가 만든 인물들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장면과 대사가 스스로 길을 찾아 나아갔고, 나는 뒤에서 그 발자국을 확인하느라 길을 잃어버렸다.
그때 알았다. 글쓰기는 순간의 번뜩임도 있지만, 오래 버티며 그 길을 끝까지 함께 걷는 일이라는 것을. 매 순간- 책상 앞에 앉는 사람들의 고뇌가, 얼마나 치열한지 전보다 더 깊이 느끼게 되는 요즘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