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료료적, 도서관
지수 예언의 매개자
준희 관찰자이자 동행자
날개 없는 소녀 결핍과 미스터리를 품은 존재
엉쥴리끄 날개의 행방을 쥔 심판자
니케 승리의 여신 이름을 지닌 강인한 소녀
엉젤 천사라는 이름의 소년
우눔·루미나·루멘·물타 빛을 다루는 종족들
워터울프 호수 전체
블라위 마을이 사랑한 어린 워터울프
6. 우리는 깊은 곳: 깊지 않은 더 깊은 곳으로
녹색 종은, 다시 울렸다. 낮은 땅의 주인은 여전히 울부짖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빛과 모든 소리가 약속한 것처럼 사라졌다. 그리고_그가 눈을 떴다.
<"책장의 긴 계단을 넘기다가, 곤란과 공란의 페이지가 빠지게 될지도 몰라" 지수의 말을 이해 못 했지만 준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화 지수와 준희 이야기에서_
그 후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워터울프가 괴물이라고? 우리 마을 사람들이 옛날에 워터울프를 잔인하게 말려 죽였다고?”
준희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블라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블라위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던 어린 워터울프였다. 폭풍우 치던 밤,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을 뻔한 블라위를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구해내고 정성껏 돌봤다. 그 후 블라위는 마을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저녁엔 별빛을 두르고 아이들과 골목을 뛰어다녔고, 새벽엔 물안개 속을 헤집고 다니며 마을을 지켜주었다.
아침이 되면 블라위의 행방을 아는 이는 없었지만, 누구보다 마을 사람들과 가까웠다. 그러나 워터울프를 마을 사람들이 오래전에 잔인하게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준희는 순간에 가슴이 찢겨나간 듯 철렁 내려앉았다.
7. 쿠이퍼스 도서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쿠이퍼스 도서관. 높이 쌓인 책장 사이로 빛바랜 창으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낡은 책에는 눅눅한 잉크냄새가 진동했다.
준희는 떨리는 손으로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글자들이 파도처럼 높이 솟아올랐다.
“라인강과 마스강, 스헬더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나는 깨어났다."
그 순간, 벽에 걸린 푸른 눈빛이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워터울프였다.
“준희야?”
책장을 덮자마자, 뒤에서 지수가 준희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도서관의 적막 속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숨이 막혔다. “너, 괜찮아?” 지수가 낮게 물었다. 준희는 목이 말라 말끝이 갈라지며 대답했다. “워터울프야. 그가... 아직 살아 있어.”
지수는 잠시 날 똑바로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책상 위의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빈 페이지가 스르르 넘겨졌다. 그 위로 녹색 주름 같은 글자들이 솟아나며 번쩍였다. 준희는 본능적으로 지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지수야, 지금 멈춰.”
그러나 지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엔 낯선 장난기가 스며 있었다. 어쩐지 엉젤의 송곳니가 겹쳐 보인다. 그때, 도서관의 시계가 울렸다. 오후 다섯 시. 녹색 시간이었다.
책장 사이에서 불어온 바람이 낡은 종이를 휘날렸다. 도서관 창문은 닫혀 있었는데, 바람은 호수의 아득한 빛바랜 냄새와 함께 밀려들었다. 녹색 이끼 향이 섞인 습한 공기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지수야, 이건 그냥 환상이 아니야.” 준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수의 눈동자가 녹색 빛으로 번져 들고 있었다.
지수가 책을 펼치는 순간, 활자들이 빛의 조각처럼 튀어나왔다. 물에 쓸려온 자갈들이 목재바닥을 할퀴어대며 바닥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뒷걸음칠수록 물이 준희를 밀어냈다.. 물은 순식간에 허리까지 차올랐고, 파도 소리와 함께 도서관의 책장은 마치 겁에 질린 것처럼 서로 엉켜 쓰러져가고 있었다.
“지수야, 당장 이 책 덮어!”
준희가 외쳤지만, 지수는 오히려 내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엉젤의 미소가 번뜩였다.
“늦었어, 준희야.” 그가 속삭였다.
순간, 천장에서 녹색 종이 또다시 울렸다. 그 소리는 도서관의 유리창을 산산이 깨뜨렸다. 쏟아져 들어온 빛 속에서, 푸른 눈의 늑대가 날 응시하고 있었다. 워터울프였다. 그리고 땅이 무너졌다.
우리는 깊은 곳, 깊지 않은 더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