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료료적, 사건
지수 예언의 매개자
준희 관찰자이자 동행자
날개 없는 소녀 결핍과 미스터리를 품은 존재
엉쥴리끄 날개의 행방을 쥔 심판자
니케 승리의 여신 이름을 지닌 강인한 소녀
엉젤 천사라는 이름의 소년
우눔·루미나·루멘·물타 빛을 다루는 종족들
워터울프 호수 전체
블라위 마을이 사랑한 어린 워터울프
5화 1-3화 요약 도서관, 책의 빈 페이지에서 녹색 빛 글자가 솟아오른다. 준희는 책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지수에게 멈추라 하지만 지수의 눈빛이 녹색으로 물들고 미소 속에는 엉젤의 기운이 스친다. 책이 펼쳐지자 도서관에 물이 차오르고, 책장들이 쓰러지며 혼란이 휩쓴다. 녹색 종이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고 워터울프가 나타나자 두 사람은 땅이 무너지며 알 수 없는 깊은 곳, 깊지 않은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8. 가까이에 있지만, 가까이에 있지 않는
가까이에 있지만 가까이에 있지 않는 곳으로 무너진 땅 아래로 그들은 떨어졌다. 한 겹의 얇은 막이 시공간의 얄팍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쿠이퍼스 도서관의 천장은 거대한 입처럼 벌어져 있었다. 빽빽한 서가 가운데로 빛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곳에 흰 수염을 가진 노인이 앉아 있었다. 물 위로 젖은 책이 둥둥 떠다녔고, 그 사이를 빈 병이 느리게 돌고 있었다. 노인은 한 손에 빛을 품은 듯한 압생트 잔을 들고 아이들에게 내보였다.
“이 빛을 따라가거라. 서가를 따라가... 그 빛이 너희를 지켜줄 것이다.”
목소리는 시간이 먼 길을 돌아온 듯 지쳐있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노인의 입술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래된 조개껍데기처럼 딱 다문 그 입매가 보였다. 그때 준희는 노인의 수염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문제는 그 수염이 고르게 뻗지 않고, 한쪽은 바깥으로 뻗고 한쪽은 안으로 말려 있어 해파리처럼 보였다는 거였다.
준희와 지수는 해파리가 떠 올라 웃겨서 눈이 마주치자마자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준희는 어깨를 들썩이며 간신히 속삭였다. “야, 조용히 해. 웃는 소리 다 들린다고.” 지수는 숨을 들이마시며 킥킥거렸다. “너 웃음 참는 소리가 더 커. 끅끅거리면서 말이야. 진짜, 넌 웃음소리가 비상식적으로 웃겨.” 하지만 그의 입술도 여전히 웃음기를 감추지 못했다.
“자, 일단 저 할아버지 말대로 가보자. 우리를 해치진 않았잖아. 믿어보자고.” 준희도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서가 너머로, 빛이 천천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말이다.
9. 워터울프와 해파리 노인
워터울프의 시선이 그들에게 전해졌다.
"너희가 찾는 답은 책 속이 아니라 이 물아래에 있다."
지수와 준희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손을 잡았다. 도서관의 벽에 꽂힌 책들이 하나둘 흔들리더니 발끝에 닿는 것이 사라졌다. 물속에서 붙잡고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그들을 당기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해파리 노인은 조용히 속삭였다. "이곳의 주인은 원래 저 워터울프였어.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어. 그래서 그들은 워터울프를 잔인하게 말려 죽였어. 그랬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책장을 넘기는 소리처럼 낮고 느렸다.
준희와 지수는 숨을 죽인 채 워터울프를 바라보았다. 워터울프의 빛이 준희와 지수를 감싸더니 데리고 갔다.
10. 얼굴들의 압생트 지옥
이곳은 쓴 풀의 향과 알코올의 강렬한 압생트 향이 코 끝으로 스며들었다. 녹색 빛이 가득 찬 호수 빛과 흙바닥 위로 쓰러져 있었다. 인부들의 얼굴들은 괴로워 보였다. 천천히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모자를 쓴 얼굴은 두툼한 눈꺼풀에 힘겨워보였고, 초점이 없는 눈으로 압생트 잔을 바라보는 얼굴은 흙바닥에 묻고 있었다. 삽을 놓지 못하는 얼굴, 미처 압생트를 놓지 못한 얼굴들의 손등은 오래된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
오래전 워터울프를 잔인하게 말려버렸던 바로 그들이었다.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구불구불 타올랐다. 녹색 연기는 호흡처럼 흘러내릴 때마다, 쓰러져 있는 자들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준희가 낮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압생트에 중독된 자들에게 주는 지옥의 선물 같은 거였어. ” 지수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마치 호수 속에서 뭔가를 끌어올리는 듯, 반복적으로 땅을 긁고, 흙을 뒤집고 있었다. 평범한 삽질이 아니었다. 행동의 목적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끝없는 형벌처럼, 의식 없이 반복되는 동작에 가까웠다.
번개가 번쩍했다. 호수 속에서 ‘쿵’ 하는 둔탁한 울림이 전해져 왔다. 그 순간, 쓰러져 있던 얼굴들 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더니, 우리 쪽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생기가 없었지만, 어딘가 집요했다. 마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지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발밑 흙이 무너져 내리며,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냄새는 비단 압생트나 흙냄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전 물에 씻기지 못한 피와, 호수에서 스며 나온 독이 섞인 냄새였다.
준희의 손이 내 팔을 움켜쥐었다. “여기서 나가야 해.”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수와 준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은 워터울프만이 아니었다. 쓰러져 있던 얼굴들이 일어났다. 그들의 몸은 비틀렸고,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들 손의 삽 끝이 땅을 긁으며 쇳소리를 냈다. 호수 위의 녹색빛이 한층 강해졌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히 무너진 땅 속이 아니라, 그들의 죽음 이후에도 빠져나오지 못한 시간 속이었다. 녹색의 시간. 여기선 모든 것이 흐르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녹색 종이 울렸다. 오후 5시, 그 시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