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쉽게, 쉽게 가자!

운이 좋으면 그 옷은 내 옷이 된다

by 료료




누군가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저 말이 많았을 뿐이다.

Ryo9hye




세상아! 쉽게, 쉽게 가자!


어른들이 그랬다.

세상에 관심 없는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 외에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중에 나는 한 명이 되고 싶었다.


“네가 결혼을, 결혼을 한다고? 네가? 결혼을?.”


대학교 졸업한 지 겨우 1년인데 바로 결혼이라니 신기한 눈빛으로 볼만도 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 모두가 그저 걱정만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주위에 제법 걱정을 끼치는 편이기도 했다.


홀로 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다른 것은 배제되는 순간도 많았다. 혼자여서 당연히 실수가 많았다. 그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실수는 어떤 일을 어떻게든 하고 있을 때 생기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나에게 더 큰 기념적인 젊은 시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들 생각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나 놀랄 일인 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른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도 내가 과연 어른일까?’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했었다. 가끔 그때 사진을 볼 때 녀석들의 걱정이 비로소 어떤 뜻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하고 누군가를 어떻게 믿으며 살아갈 고민을 해야 하는 건지 생각조차 못했던 시절을. 아마 친구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저 녀석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어휴.”


정말 몰랐다.

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눈부신 조명에 하얗게 질려있었다.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


어른들이 그랬다.


“결혼식을 안 하면 나중에 분명히 너는 후회하게 될 거야. 액자 큰걸 집 거실에 잘 보이게 걸어둬. 액자와 앨범을 더 주문하고, 기왕 하는 거 패키지로 하는 게 좋겠구나. 지금 할 때 하지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기회가 올 것 같으니? 지금 네 나이가 다시 올 것 같아?”


“그래서 결혼식은 도대체 왜 하는 건데요?”


주로 동문서답이 특징인 나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듣고자 하는 답이 아니었고, 생각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이라 생각이 들었다. 다들 하는 데 너는 또 말이 많다고 했다. 가뜩이나 축의금을 많이 그렇게나 냈는데 안 하는 게 더 이 상하지 않냐고 했었다. 마치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하듯 축의금을 걷기 위해 하는 것이 맞나 싶었다. 정말 필요 없는 재산을 재산을 위해 낭비하는 듯했다.


나는 말이 많았다.

주로 말대답이었다.


“왜요?”

“왜 또 내가 그걸 해야 하는데요?”

“이해가 되지 않아요.”

“설명부터 해주세요.”


가뜩이나 속에 열불이 터지는 사람들은 나의 어이없이 한결같은 표정에 짓이겨 피해를 입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를 하고 싶지만 그때의 피해자들은 이 글을 읽지 못할 것을 예상한다.


축의금을 벌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드레스를 찾아 여러 번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에 드는 드레스가 없었다. 그저 내가 입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중에 누가 고르지 않았거나 누가 언제 한번 입고 나도 모를 신랑 팔짱을 끼고 들어갔을 드레스였다. 그저 나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드레스였다.


어른의 옷

한참 부산 깡통시장에서 옷을 사 입었다. 시장 골목 바닥에는 목욕탕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쇼핑하면 오랫동안 살펴볼 수 없어 그 의자를 쟁취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앉아서만 보려면 옷을 펼쳐보거나 불편해져 다시 일어서야 했다. 깊숙이 더 맘에 드는 옷이 있지 않을까 내가 못 본 다른 누구의 눈길을 받지 못한 나만의 옷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찾는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줄 어른의 옷을 위해. 운이 좋으면 그 옷은 내 옷이 된다. 패턴 하나에 색감 하나에 나의 이야기를 더하고 그 옷은 내 옷이 된다.


그렇다고 그 옷을 평생 입지도 않는다.


‘평생, 영원히 하나라는 것은 존재할까?’


하얀 드레스처럼 누군가 나와 같은 예식장에서 같은 자리에 같은 질문의 답을 하고 같은 순서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세상은 한결같이 참 재미없지만 다 한 통 속이다.


정해놓은 것을 쉽게 따라가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나도 그렇다. 정해두었다고 말만 하지 않으면, 선택할 시간을 준다면 사람이 많은 쪽으로도 간다. 일부러 반대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라고 정해두는 것을 싫어한다. 그저 다른 사람이 예상하는 길을 가길 싫을 뿐이었고, 틀렸을 때는 틀렸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찬성하지 않으면 왜 반대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오로지 분류를 쉽게 하는 시간 절약 아니었을까.’

결혼식이라는 것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었다.

“물 한 바가지 뜨고 달보고 빌기도 하던데? 왜 나는 안돼?”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내가 살아가야 하는 피곤함을 섣부르게 파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젊었던 신부는 참 반항아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돌아가게 되어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장이었다. 부모님의 감동스러운 순간이었고, 나는 그렇게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아주 벅차게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신랑 쪽 생각은 어떨지 그것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글을 적으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너도 부담스러웠겠지?


“세상은 참 부담스러운 존재다. 세상아! 쉽게, 쉽게 가자. 안 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