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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누 Aug 22. 2024

2. 또다시 입원

아산 병원에서의 7일

8월 8일 (목)

오늘도 역시나 6시에 하루가 시작되었고, 대장 내시경이 예정되어 있었다.


입원 전에 푸룬 주스를 먹고 속을 한번 비운 탓에 별로 걱정은 안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배려해 준 덕분에 관장으로 속을 비웠다. 보통은 8리터 정도의 물을 밤부터 새벽까지 마시며 비워야 한다. 무척이나 힘든 고통이기에 배려해 준 의사 선생님께 감사했다. 말은 딱딱하게 하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강하게 전해졌다.

내시경실에 들어서 마취약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의식은 있었는데 역시나 마취약이 들어가고 금세 의식이 없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때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후에는 약 기운에 내리 잤던 것 같다. 자면 잘 수록 몽롱해지는 기분보단 그동안 밀린 피로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 무척 좋았다. 점점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장이 안 좋은 병에는 금식이 최고의 치료인 것인지…

오후에 마취가 풀리고 산책하고 돌아왔을 때 미음이 결정되었다고 들었다. 저녁부터 미음이 나온다는 말이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이후에는 저녁 시간만 기다렸다.


저 멀리서 밥차 오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히 났다. 난 침대에 식탁을 들어 올리며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물형태의 미음이었다. "이게 진짜 미음이네"라는 생각과 한 숟갈 먹어보는데 내키지 않았다. 금식으로 인한 작은 미음이 소중한 것인데 기대와 다르다 보니 속에서 받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한두 숟갈 먹으려고 애썼다.


생각한 건 죽형태인데 아주 밥알을 곧게 간 형태와 반찬은 동치미 국물이 전부다 보니 아무래도 실망감에 그랬던 듯하다. 나에게는 미음이 맞는 식사인데 금식 때문에 음식 욕심이 났던 듯하다.


미음을 먹고 나서는 더 힘이 나는 건지 이젠 퇴원 후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입원 생활은 항상 그러는 것 같다. 병원 안에서는 인생의 철학적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퇴원 후의 건강한 삶을 위해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나간다. 하지만 몇 주가지 못한다.


그렇게 5일째 밤이 지나갔다.

이것이 정말 정석적인 미음일 것이다.


8월 9일 (금)

미음 식사 후 경과를 최종 확인하고 죽을 먹기로 하였다. 엑스레이 결과는 좋게 나왔고, 죽으로 식사하기로 하였다. 난 내일 오전까지 별일이 없다면 퇴원하기를 요청했다. 당초 3~4일 정도의 입원을 예상했는데 기간이 조금 길어졌고, 회사에 갑작스러운 공백과 와이프의 임신이 제일 신경 쓰였다.


이미 작년에 1달여를 급작스럽게 수술 때문에 공백을 한차례 비웠던 뒤였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였다. 얼른 집으로 복귀하여 와이프 케어도 해야 했다. 입덧이 심하기도 하고 집에 둘이 있다가 혼자 있으니 잠도 잘 못 잘 것임이 분명했기에 퇴원을 하고 싶었다.


입원 자체의 생활은 정말 너무 좋았는데 상황적인 것만 더 받쳐준다면 사실 더 입원에 있고 싶었다. 병원에서의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이런 부분은 다음 글에 다시 남겨보도록 하겠다.


그렇게 엑스레이 결과를 내일 오전에 최종 한번 더 확인하고 퇴원을 하기로 하였다. 난 아쉬움과 퇴원의 설렘을 안고 잠이 들었다.


8월 9일 (토)

새벽 6시에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렸고, 최종 퇴원하기로 하였다. 몸은 확실히 입원 전을 생각하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10시에 정산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수납을 하였다. 최종적으로 약을 받고 병원 밖을 나섰다.


이것으로 7일간의 입원은 모두 끝이 났다.

입원 내 매일 봐도 좋았던 한강뷰


이번에도 역시나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았으며, 병원에서 매일 활동 일기를 쓰며 글을 쓸 때 빠짐없이 쓰고자 하였다. 입원 자체는 좋지 않은 거겠지만, 병원 생활은 너무 괜찮았던 기억이다.


이제 다시 일상 속으로 복귀하게 되었고, 앞으로 지난 생활보다 더욱 관리에 철저해 지기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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