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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기간, 맺고 끊음에 대하여

by 이환

친구의 기준을 꼽아보면 나이 그리고 기간이 떠오른다. 이십년지기 (동갑)친구! 나에게도 있다. 일 년에 약 세 번 정도 연락하지만 아슬아슬하듯 끈끈하게 연락이 이어진다. 자주 하지도 못하는게 서로의 세계는 너무나도 달라졌다. 친구는 고향에서 삼십년을 지내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운다. 나는 성인되고부터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산 건너 서울, 또 바다건너 밴쿠버까지 와있다. 그래도 가끔 서로 연락하면 전혀 안그런듯 편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다 서로 잘지내보자며 끊으면 다시 몇 달간의 연락 쿨타임이 시작된다.


비단 이친구만이 이십년지기가 아니다. 몇몇은 진작에 끊어졌다. 어떤 이벤트가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자연스레 서로의 삶을 살게 되었다. 한 때는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다 내 문제라고 받아들였다. 내가 연락을 안해서, 관심을 덜 줘서.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물론 내재된 특성에 따라 관계 유지를 잘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다.


내가 받은 관계적 특성은 자동문같은 것이다.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막는다. 거기에서 나는 그냥 오려면 오슈~하는 마음으로 활짝까지는 아니고 절반정도 문을 열어준다. 그 틈으로 안들어온다해서 큰 상처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냥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깨지고 부서지고 눈물 흘리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초연해진 듯하지만 또 어떤 관계는 그렇게 못되더라.


유튜브에서 사연이나 상담해주는 이야기들을 보면 관계에 대한 것들이 많다.

친구간의 불화. 몇년지기지만 불편한 이 관계 계속해도 될까요.

내가 어찌 그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싶다. 다만 내 생각에서 친구 혹은 어떤 관계의 의미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한다. 몇 년이 지속되었다고해서, 어떤 도움을 주고 받았다고해서 그 것이 영원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혹은 상대방이 그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잘못된 행동을 했고 서로 인정할 만큼의 사과와 대화가 이뤄졌다면 그건 더 지속될 가능성이 늘어난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굳이 당한 이는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관계를 맺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끊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도 그걸로 고민하고 혼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나는 그것만큼은 내려놓았다. 가는 관계에는 미련을 두지 않으려 한다. 나름의 냉정함을 지키려고 한다. 내 천성일 수도 있고, 혹은 여러 경험에서 나온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어떻든 내가 삶에서 배운 것은 잘 보내는 것이 내 삶을 지키는 방법이다. 아쉬움이 남아도 남는대로, 나에게 남겨진 그 사람과의 인연은 끊어져도 경험은 내 기억 어딘가에 남을 것이다.


ps. 말이야 쉽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과 인생관이 있듯 내가 쓴 이 글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포스팅하기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글은 말과 다르게 남으니까. 또 모든 걸 다 표현할 능력도 없으니까. 정보성 글이 아니라 경험과 생각을 적다보니 어떤 부분은 오해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우려했다. 그렇게 미루다보니 블로그 일기도 브런치 글도 두 달을 멈췄다. 그간 쓰고싶은 생각도 인상깊은 에피소드도 많았다. 다시 마음을 좀 내려놓을까한다. 어짜피 내가 쓴 글이 큰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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