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를 차고에만 박아 둘 수는 없는 노릇이죠." 프레디 머큐리 사후에 활동을 중단했던 퀸에 대해 한 말이다. 난 그 표현이 꽤 근사했다. 퀸의 노래 한 곡 한 곡은 람보르기니급이다. 퀸의 차고에는 수많은 람보르기니가 으르렁 거리며 근질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레디가 사망하고 난 후 이 람보르기니를 신나게 드라이빙해줄 수 있는 마땅한 드라이버가 없었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은 랩소디>는 프레디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퀸에게 새로운 보컬인 아담 램버트가 찾아오는 과정을 설명한다.
난 아담 램버트가 퀸의 새로운 보컬이 됐을 때 사실 의아했다. 아담 램버트의 음색이 프레디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월에 퀸의 내한공연을 보면서 아담 램버트가 무대를 이끄는 퍼포먼스와 보컬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연이 시작되는 내내 '와 어떻게 저렇게 부를 수 있지.'를 연발했다. 무대 위에서의 아담 램버트는 단연 최고였다.
나도 은연중에 퀸의 보컬로서 아담 램버트와 프레디를 계속 비교한 거 같았다. '프레디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 데 왜 이렇게 부르지?' '프레디랑 전혀 비슷하지 않아.'라고 말이다. 아담 램버트와 퀸의 공연 영상의 댓글에는 프레디의 외모와 창법이 비슷한 마크 마텔을 영입하라는 댓글이 꼭 달린다. 하지만 퀸의 드러머인 로저 테일러와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는 프레디를 흉내 내는 보컬을 영입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들의 말이 백번 맞았다. 프레디를 흉내 내는 보컬을 영입한다는 건 오히려 프레디와 퀸을 욕보이는 짓이니까 말이다.
아담 램버트는 퀸의 람보르기니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급 드라이버다. 그의 퍼포먼스는 매우 안정적이다. 단지 프레디를 흉내 내는 아류 프레디와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쉽게 뻗어 올라가는 안정된 고음과 무대를 휘어잡는 무대 매너는 프레디와는 다르지만 그 결을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로저 테일러는 만약에 프레디가 아담 램버트의 무대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 거 같냐 라는 질문에 "미친 거 아냐 뭐 이렇게 잘해."라고 답했을 거 같다고 했다. 얼마나 진짜에 가깝나 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늘 진짜의 그늘 아래에 아류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력으로 압도한다면 진짜와 가짜의 프레임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아담 램버트를 통해서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