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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Oct 13. 2021

실패한 커리어


"나이 40 넘어서 이력서 들이밀고 면접 보러 다닌다는 건 실패한 커리어라는 거에요." 20대에 면접봤던 회사의 면접관이 한 말이다. 요지는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쌓아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추천이나 소개로 이직을 한다는 거다. 그 말이 아직까지 기억나는 거 보면 나에게 꽤 인상 깊었나 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은 절반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어떻게 일과 사람을 대해야 할지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사실 실패의 기준이라는 게 제각각이어서 무엇이 실패고 성공인지 정하기는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나이 40 넘어서 이력서라도 들고 면접이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성공처럼 비춰지는 세상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때 그 말이 나에게 조금 달갑지 않게 느껴진 이유는 실패의 기준을 너무 단정적으로 세웠다는 거에 있었다. '40 넘어서 이력서 들고 면접 보는 사람들은 모두 실패한 거라고?그리고 그걸 누가 판단한단 말인가?'  


달라진 변화는 한 가지다.20대에는 40대 직장인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그 시간이 오긴 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늘 눈앞의 일을 치우는 데 급급했다면 그 말을 듣고 난 후에는 이 일이 10년,20년 후에 나에게 어떤 변화를 줄 건지 생각하며 일을 한다는 거다. 거창하게 10년,20년 뒤의 계획을 세우기 보다 주어진 씨앗을 열심히 뿌리고 어떻게 자라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는 정도다. 씨앗이 자라다가 죽을 수 있지만 그걸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삶은 늘 수많은 변수 속에서 성공과 실패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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