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로트붐의 이유 중 하나가 노령화도 있지 않을까? 젊은 세대 보다 노령 인구가 차츰 늘어나다보니 트로트에 대한 수요가 과거 보다 확실히 많아진 듯하다. 과거에는 30살이면 인구 중심축이며 어른이었지만 이제는 50대가 인구 중심축이며 30대는 아직 젖비린내 아이 소리를 듣는다. 이게 비단 트로트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고령화로 인한 세대 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TV예능만 봐도 유재석,강호동,신동엽 같은 메인 MC들의 근속년수는 20년을 뛰어넘는다. 유재석이 동고동락에서 첫 메인MC를 본게 20대 중후반인데 요즘 예능에서 20대에 메인MC를 하고 있는 예능인은 거의 없다. 지금 떠오르는 신진 예능인은 이용진이나 양세찬, 박나래, 장도연 정도인데 이들도 나이가 이미 30대 후반이며 뭔가 메인이라고 하기에는 약하고 메인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유재석,강호동,신동엽,박수홍,남희석,이휘재 등으로 세대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들의 이전 세대 MC인 주병진이나 임백천,이문세,서세원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세대에 따른 트렌드가 물흐르듯이 바톤터치가 되었다. 뭔가 지금은 다른 양상이다. 최근에 놀면 뭐하니에서 싸이월드 시절 음악 특집을 한 걸 봤는 데 거의 15년전 음악이다. 사실 요즘 10대, 20대 초반 친구들이 이 음악을 알기나 할까 싶다. 내 세대로 따지면 갑자기 듣지도 못한 소방차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수준인데 나 같으면 바로 채널을 돌렸을 거 같다.
방송사들이 이런 추억팔이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령화다. 과거에는 10대,2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 데 이제 인구 연령대가 높아지니 그들이 메인 타겟이 아닌거다. 10대,20대를 타겟으로 한다면 마이너한 프로그램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구 연령대 상으로 봤을 때 대중적인 콘텐츠는 30중반-40대후반 타겟이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1020을 위한 프로그램은 반쯤 포기한 듯 싶다. 게다가 1020들은 이제 TV를 잘 보지도 않고 유튜브나 틱톡이나 아프리카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 그들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따로 소비한다. TV와 플랫폼 매체에 따라 타겟 수요를 다르게 가고 있다.
회사 직장 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요즘 팀장들은 '내가 아직 이런 업무까지 해야해?' 라고 말을 많이 한다. 과거 팀장이 했던 업무를 생각했을 때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은 대리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 세대들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으니 실무자와 관리자 사이의 중간 다리 업무 기간이 더 길어졌다. 이러다가 40넘어서도 이런 잡무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과거로 퇴행하는 듯하다. 이미 윗세대가 만든 자산을 재소비할 뿐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는 메인 스트림에서 찾아 보기 힘든 시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