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면서 꽤 많은 것을 내려 놓는다. 이제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과정이었던 것이 아이에게는 늘 결과다. 아이와 함께 공원에 산책을 하러 갈 때, 나의 목적지는 공원이고 과정은 아파트 현관에서 공원까지다. 하지만 아이에게 현관문에서 공원까지 조차도 늘 결과다. 벗꽃 봉우리가 핀 아파트 현관 벚꽃 나무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했다. 아이의 산책은 공원에서가 아니라 이미 현관문 앞에서 시작했다.
결과 보다 과정을 즐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매 순간이 목적이고 결과다. 내가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육아의 세계에서는 결과다.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빨리 간다는 것이 소용 없다. 오히려 느리게 가야 한다. 아이가 온전히 촘촘하게 세상의 자양분을 흡수하게 하려면 느리게 가야 한다. 육아는 과정이 곧 결과인 세계다. 초등학교 입학, 중학교 졸업 등 특정 시점을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그 또한 과정일 뿐이다.
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았다면 나는 과정은 지우고 결과에 집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는 다시 아이의 눈으로 과정을 본다. 아이는 자기가 걸으면서 만지는 꽃봉우리를 어떻게 느낄까?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만지고 무슨 생각을 할까?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어떤 상상을 할까? 이제는 조금 더 과정을 즐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