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기, 작가의 배우 되기

글심(心) _1

by 고로케

최근에 배우 손예진을 다시 보게 된 계기는 영화 <비밀은 없다>였습니다. 지금까지 로맨스 여배우라는 선입견이 강했는 데, 이 작품으로 그녀의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도 스릴러와 코미디, 액션, 로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폭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합니다. 배우들은 매 작품마다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배우는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서 자기 안의 감정과 성격을 발굴하는 작업을 합니다. 자기 안에 숨어있던 감정을 역할에 투영하여 연기를 하는 데, 그 작업은 배우들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없습니다. 배우가 아닌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하기 힘들죠. 살면서 연쇄 살인마가 되는 경험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배우들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작업들을 합니다.


배우는 늘 자신을 비워두고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자신을 캐릭터로 채웁니다. 하지만, 배우가 역할을 연기한다고 해서, 그 배우와 역할을 동일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정우가 연쇄 살인마를 연기한다고 해서 하정우를 연쇄 살인마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처럼요. 관객은 배우가 척할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작가나 글 쓰는 사람을 보는 시선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작가의 글과 작가와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작가의 글은 작가의 정체성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엄밀히 말해 작가도 배우와 같습니다. 배우가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기와 다른 역할을 투영했듯이, 작가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기와 다른 가면을 씁니다. 그래서 글로만 보던 작가를 실제로 만나서 얘기해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작가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가 안에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다는 것은 좋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정체성만으로 글을 쓴다면 다양한 독자를 만족하기 힘들고 금방 한계를 보이는 것이죠. 배우와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하고 양질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는 자산이며 입체적인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카피라이터에게도 여러 가지 페르소나는 필요합니다. 카피라이터는 목적이 명확한 상업적인 문장을 만듭니다. 브랜드의 타깃과 맞는 카피를 쓰기 위해서는 해당 타깃으로의 빙의가 필요하죠. 어쩔 때는 10대의 발랄함과 병맛에도 빠졌다가 때로는 20대의 감성에 젖고 30대 직장인의 위기에 공감하기도 하며 4050 중년의 스잔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을 혹하게 하기 위해서는 카피에도 연기가 필요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선택할 수 있는 태도가 카피라이터에게 요구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