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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14. 2019

웨스앤더슨 감독<문라이즈 킹덤>_ 2차원과 수평트래킹

웨스 앤더슨 감독의 <문라이즈 킹덤>은 소년소녀의 일탈과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그의 이전 작품에서는 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키덜트)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에는 다소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극을 이끌어 간다. 그의 영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교집합은 바로 어린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지금껏 영화에서 표현한 미술과 공간 컨셉은 매우 유아적이다. <문라이즈 킹덤>에서도 그의 스타일은 유지되었으며 한편으로 더 나아갔다는 생각도 든다.  


먼저 <문라이즈 킹덤>의 공간 컨셉이 2차원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수평 트래킹을 사용하면서 하나의 공간을 2차원 속에 묶어둔다. 이것은 그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처럼 보이지만 그가 추구하는 이러한 공간 컨셉이 그가 추구하는 캐릭터와 얼마나 유기적인 관계로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라이즈 킹덤>의 공간 컨셉이 2차원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공간의 평면성은 사실상 인물 간에 맺어지는 관계의 입체성을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그러한 형식상의 역설적 어긋남은 관계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한다. 그의 카메라는 딱 떨어지는 비율과 정면과 측면이 강조된 단순한 동선으로 인물과 공간을 평면적인 2차원 공간에 묶어둔다. 그것은 키덜트라고 불리는 웨스 앤더슨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장 잘 부각해주는 유아적 동선에 가깝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의 집을 절반으로 잘랐을 때, 보이는 한 단면처럼 공간을 작위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3차원 입체공간의 깊이감은 고립된 캐릭터의 성격을 대변해 주지 못한다. 따라서 2차원의 평면감이 캐릭터의 고립감을 시각화하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고립 - 평면감 그리고 관계 맺기 - 입체감이라는 서로 다른 계열체는 이 영화에서 서로 충돌을 일으킨다. 그것은 평면적인 배경 위에서 고립된 캐릭터가 인물 사이에서 은폐된 사실을 드러내고 관계의 문을 열 때, 시각적인 평면감은 부조리한 희극성을 연출한다. 그것은 시각적인 평면 공간과 대비되게, 인물들이 관계 맺기를 통해서 고립된 캐릭터의 관계가 진전되고 인물 사이의 내적 입체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적 공간과 내적 인물 관계의 충돌로 생기는 영화적 생동감으로 전이한다. 그의 영화에서 상호작용은 단지 인물 사이뿐만 아니라, 공간과 인물 - 인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영화의 희극적 원동력으로 드러낸다.


공간과 인물 - 인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영화의 희극적 원동력으로 드러낸다.


그의 이러한 2차원 공간과 그것을 따라가는 수평적 카메라 움직임은 웨스 앤더슨이 이 영화에서 추구하는 ‘관계’라는 화두를 드러내는 데 적합하며 거창하게 말해서 미학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에서의 ‘관계 미학’은 각각의 인물들에게 섣불리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평면적 공간에서 좌우 수평 트랙킹을 사용하는 그의 카메라는 절대적인 수평성 위에서 인물과 사건을 공평한 시선 위에서 관찰하게 한다. 그들에게 갈등의 대상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자기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트라우마다. 카메라는 인물들이 그러한 트라우마에 직면하는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줄 뿐,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포커스 인 - 아웃은 웨스 앤더슨에게 시선의 위치는 생각보다 꽤 중요한 것임을 시사한다. 그것은 일정한 기준을 전제로 관계의 성질을 나누지 않음을 나타낸다. 즉, 좋음과 나쁨 그리고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로 관계성을 미리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게 영화에서 포커스 인 - 아웃을 통해서 관계의 거리감을 시각화했을 때, 그것은 이미 어떠한 일정한 기준을 토대로 관계성과 거리감을 미리 단정했음을 뜻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이러한 수평 트래킹을 통한 관계성에 대한 판단유보는 인간성에 대한 미덕으로까지 비친다. 그의 영화가 고립된 냉소주의에서 시작해서 희망찬 낙천주의로 끝맺는 이유는 바로 웨스 앤더슨이 생각하는 이러한 인간관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수평 트래킹을 통한 관계성에 대한 판단유보는 인간성에 대한 미덕으로까지 비친다.


그의 영화에서 작위적인 2차원 공간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어쩌면 관객이 영화 속에 동화 되기 보다 관조적인 태도로 영화를 즐겼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영화에 동화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웃음이 아니라, 관조적인 상황에서 보다 잘 드러남을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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