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신뢰한다는 문제
살다 보면 사람을 병적으로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회사 조직에 있으면 좀 피곤해진다. 늘 타인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쉽게 일을 맡기지 못하고 맡긴다고 해도 자기 손 안에서 모든 게 다 컨트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남을 믿지 못하는 게 우리에게 피곤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본인도 피곤하다. 자기 일하기도 바쁜데 시킨 일도 자기가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면 자기도 얼마나 피곤할까.
우리는 보통 믿음 가는 인간이 되려고 한다. 남들에게 신뢰를 주고 쌓는 것이 곧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만 비즈니스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타인을 믿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 된다. 타인에게 일을 믿고 맡기면 자기 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믿고 맡긴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질을 하면 오히려 퀄리티는 더 떨어지기 십상이다. 자기가 고민하지 않은 일을 함부로 훈수 둔다면 악영향을 줄 뿐이다. 일단 타인을 믿고 일을 분산해서 맡길 줄 안다는 것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는 곧 자신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스킬이 된다. 믿음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믿을 줄 아는 것이 능력이 되는 순간이다. 그럼, 타인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타인을 믿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와 모험이 필요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을 잘 믿지 못한다. 저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일을 잘해온다면 일의 효율성은 급상승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선택의 기로에서 믿을 수 있다는 건 용기와 자기에 대한 여유가 없다면 힘든 일이다. 타인을 믿는다는 건 곧 자기에 대한 자신감과 같다.
많은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한다. 남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내가 하는 것이 곧 나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은 나보다 못해, 그러니까 내가 하는 거라고 한다. 그들은 일에 대한 자신감을 떠나서 자기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 사실 타인을 믿는다는 건 자신을 믿는 것과 같다. 자신을 믿지 못하면 타인을 믿지 못한다. 타인을 믿는다는 건 자신에 대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여유를 갖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이 세상 나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를 믿고 산다. 타인을 믿음으로써 얻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믿음으로서 생기는 시간을 나에게 투자할 수 있다. 타인을 믿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믿어야 한다. 나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가 사람을 믿을 수 있게 한다. 와이프가 어느 날 나에게 물었다. "넌 나를 믿을 수 있어?" 난 믿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다시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나를 믿을 수 있어?." 난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너를 믿어야 하니까 믿는 거다." 그녀를 믿지 않으면 난 행복해질 수 없다. 내 배우자를 평생 의심 하는 삶은 나에게 불행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와이프를 믿는거다.
하지만, 저 말 안에는 나에 대한 자신감도 포함되어 있다. 과연 나 말고 너에게 맞는 다른 남자가 있을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