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그만합시다.
한국인의 종특 중 하나가 히스토리를 무시한다는 거다. 역사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낡아빠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즉, 역사는 별 실용성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역사는 중요하다. 지금 내가 말하는 역사는 조선 시대, 삼국 시대처럼 국사책에 나올법한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히스토리를 말하는 거다. 자기가 속한 업계의 히스토리를 아는 건 중요하다. 그 역사의 발자취를 걸어온 선배들을 무조건 리스펙 하라는 말은 아니다. 삽질하고 싶지 않으면 업계의 발자취와 히스토리는 알면 좋다는 거다.
우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성격 급한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무턱대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 프로젝트와 유사한 아카이빙 물을 잘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다. 아카이빙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걸 만들기 위해서다. 과거에 뭘 했는지 알아야 그걸 피해서 새로운 걸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살펴보지 않으면 자기가 생각한 게 새로운 건지 구태의연한 건지 기준이 없어 알 수가 없다. 둘째는 쓸 데 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과거에 선배들이 한 삽질을 우리가 또 할 필요는 없다. 똑같은 삽질을 반복하는 만큼 바보 같은 삽질은 없기 때문이다. 셋째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선배들의 성과를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일을 해야 한다. 선배들의 성과를 활용해서 일을 한다면 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다. 뉴턴이 없었다면 아인슈타인도 없다. 아인슈타인도 뉴턴의 이론 토대 위에서 생각했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이 나올 수 있었다.
히스토리는 사실 현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학자들이 역사를 알아야 지금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릴 적에는 그게 고리타분하게 느껴졌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역사를 알면 현재를 똑똑하게 살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현실과 동떨어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역사를 몰라서, 둘째는 역사를 현재에 적용하지 않아서다. 역사를 잘 알면 현재와의 접점이 보인다. 현재와의 접점이 보이면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있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건 개량한복 입은 국사 선생님의 꼰대 같은 소리가 아니라, 정말 똑똑하게 살아야 한다면 필요한 공부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