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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n 12. 2020

인생이 흑백인 이유

회색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난 가끔씩 인생이 회색이 아니라 흑과 백으로 나눠져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보안관에서도 이런 대화가 나온다. 조진웅이 얻어터져 뻗은 이성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무 선과 악 이런 관점에서 보지 어? 세상 말이야 흑과 백 아냐 대충 뭐 회색이야 회색." 나도 처음에는 세상을 회색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흑과 백인지 불분명하고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대충 회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이 회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너무 사는 게 피곤해졌다. 나와야 할 똥이 나오지 않고 그저 장안에 답답하게 묵혀 있는 거 같았다. 내가 살려면 세상을 회색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흑과 백, 선이 뚜렷하게 받아들여야겠다고 느꼈다.


우리가 이 세상을 회색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흑과 백 사이의 회색지대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은 흑 아니면 백이다. 우리는 그 선택의 결과 위에서 살뿐이다. 예를 들어, 회사를 퇴사할까? 계속 다닐까?, 고백할까? 말까?, 먹을까? 말까?, 살까? 죽을까? 이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언젠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고민 시간이 길어지면 세상은 회색이 되는 거고 짧으면 흑 혹은 백의 세계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이 길어지면 그 순간부터 시간만 늘어날 뿐 더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다. 물론, 우리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면 백의 세계에 살 것이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흑의 세계에 살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회색보다는 흑이 더 낫다. 왜 그러냐고? 우리는 백이 플러스고 흑이 마이너스, 그리고 회색이 0라고 생각한다. 물론, 백이 회색과 흑 보다 더 나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인생에서 마이너스가 0 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0은 머무름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다. 난 인생의 문제에서 틀리든 맞든 어쨌든 답을 써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두려워 답을 적지 못한다는 게 오히려 마이너스다. 오답이라도 제출하고 깨닫는 것이 다음 문제를 풀 때 더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인생에서 흑은 후퇴가 아니다 후퇴는 회색이다.


영화 보안관 마지막에 이성민이 쓰러진 조진웅에게 복수하며 말한다. "세상이 회색이라고? 웃기고 있네. 여전히 내겐 흑과 백이다." 난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흑과 백이 아니라 회색이다. 단지 우리는 흑이 아니라 선택 그 자체가 무서워서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그것이 흑이었는지 백이었는지는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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