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다림을 수동적인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기다림은 능동적인 태도다. 물론, 모든 기다림이 능동적인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능동적인 기다림의 기준은 기다리는 대상의 명확성과 가치다. 기다리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간만 죽이는 기다림이며 그 기다림에 가치가 없다면 기다린다는 게 무의미하다. 능동적인 기다림은 그 대상이 명확하며 가치가 충만하다.
예를 들어, 호랑이는 사냥감을 사냥할 때 7-8시간 정도 기다리며 타이밍을 노린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고, 그 기다림의 결과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능동적인 기다림이다. 반면에 하이에나는 포식자가 먹고 남은 시체를 기다린다. 이 기다림의 대상은 불명확하다. 호랑이가 먹고 남기면 먹을 수 있지만 다 먹어버리면 먹을 수 없다. 혹은 호랑이가 사냥에 실패하면 먹을 수 없다. 하이에나의 기다림은 호랑이의 행동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불명확하다. 또한 남이 이룩한 성과를 숟가락을 얹으려는 기다림은 그 기다림 자체로서 가치가 없다.
제3자의 입장에서 망원경으로 보면, 호랑이와 하이에나가 사냥감을 기다리는 겉모습은 똑같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성은 전혀 다르다. 호랑이는 앞으로 나아가며 성취하기 위한 기다림이라면 하이에나는 타인에게 의지하는 수동적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방향 자체가 정반대다. 하지만 호랑이와 하이에나에게 지금 뭐 하고 있냐고 묻고 있다면 그들의 대답은 같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때때로 기다린다. 과연 그 기다림이 호랑이와 같은지, 하이에나와 같은지 돌아봐야 한다. 기다림의 겉모습은 같지만 그 속성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알고 있다. 자신의 기다림이 호랑이인지 하이에나인지. 만약 그 기다림이 하이에나와 같다면 시간낭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