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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Jun 18. 2020

우리가 속고 있는 것, 한 가지

이 세상의 꽤 많은 비즈니스는 현대인들의 불안을 먹고 산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보험이지만 난 교육 사업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의 미래는 불안하다.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될 거 같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우후죽순 생기는 교육 비즈니스는 미래에 대한 현대인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의 포장을 풀어보면 대략 이렇다. '아직 이런 것도 몰라, 너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알아.' '너 이거 모르면 경쟁에서 도태될 거야.'뭐 여기까지는 좋다. 이런 게 교육 비즈니스의 생리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눈뜨고 참을 수 없는 게 있다. 그렇게 불안을 자극해서 가르쳐 줄 거면 잘 가르쳐 줘야 하는 데 복잡하고 쓸데없는 거만 알려준다는 거다.  그들이 교육 서비스로 돈 버는 방법은 대략 이렇다.


그들은 쓸 데 없는 문제 설정을 한다. 예를 들어, 매체별 광고 카피를 쓰는 법이라는 강좌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이 세상의 매체는 다양한데 그 매체별로 광고 카피를 다르게 쓰는 법을 알려준다는 건 매우 복잡한 방법론이다.(이 방법론이 왜 쓸데없는지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다.) 그들이 이렇게 강좌를 개발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강좌를 이렇게 세분화해서 커리큘럼을 늘려야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강좌가 개발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다. '매체별로 카피를 다르게 쓰는 법도 있어? 나 그런 거 모르는데 나만 모르나? 나도 배워야 할 거 같아.' 


그들은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인다. 이렇게 쓸 데 없고 복잡하게 문제 설정을 하고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을 쉽게 설명한다. 쉽게 설명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여기에 현혹된다. 강의 자체를 들어보면 강사들은 그 문제 해결법을 쉽게 설명한다. 그래서 좋은 강의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애초에 이런 쓸데없고 복잡한 문제 설정을 하지 않았다면 고민할 필요도, 돈도 쓸 필요 없는 강좌였다. 정말 필요한 것만 가르치면 콤팩트 하게 강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질구레하고 쓸 데 없는 문제 설정의 강좌로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돈을 버는 것이다.   


흔히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자기 분야의 진입 장벽을 높게 하려고 한다. 그래야 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아무나 다하는 거면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들은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 설정을 해서 사람들이 자기의 가르침이 아니면 아무나 접근할 수 없게 한다. 대표적인 게 철학과 같은 인문학이다. 철학자들은 쓸데없이 어려운 용어와 개념을 남발하고 그 연구자 또한 지식의 상아탑에 갇혀서 자신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인문학이 망하는 이유는 이렇게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쓸 데 없는 불안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기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를 공부해야 한다. 그저 남이 하니까 라는 불안감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각자의 비전이 다르다.  나만의 비전에 맞는 개발과 공부를 해야 한다. 너무나도 현혹되기 좋은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다. 그럴수록 자신만의 중심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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