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지식이나 이론을 전달할 때 무조건 예시를 잘 들어야 한다. 학교 다닐 때 재밌게 강의하던 교수님들은 이론을 설명할 때마다 예시를 꼭 2-3개씩 넣었다. 본인이 설명하는 이론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 들면 "예를 들어서"라는 말로 이론에 걸맞은 예시를 드셨다. 나도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앞에 이론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다가 "예를 들어서"라고 교수님이 서두를 꺼내면 그때 다시 집중해서 듣기도 했다.
호롱불 밑에서 공부했다는 나이 드신 물리 선생님은 학창 시절에 전기의 개념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산골 자기에서 호롱불 키고 공부하셨으니 오죽했을까. 전기가 무엇인지 상상이 안되고 실감 나지 않아서다. 지금 우리는 주변에 널린 게 전기라서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적어도 무리가 없다. 그만큼 추상적인 이론을 설명할 때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야 이해하기 좋다. 예를 들지 않는 교수님의 강의는 하나 같이 쓰레기였다. 이해가 안 되니까 지루하고 재미도 없었다. 난 이 정도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예시를 들지 않는 교수님을 보면, 자신의 위대한 이론이 한낱 비루한 예시로 격하되는 게 싫어서 예를 들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예시는 일종의 은유다. 은유는 소설이나 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강의에도 있다. 은유를 잘 드는 교수님의 강의는 쫀득하고 찰지게 재밌다. 수업과 관계없는 너저분한 농담 안 해도 설명하려는 이론에 걸맞은 쫀득한 은유만 잘 들어도 그 강의는 100점짜리다. 강의뿐만 아니다. 은유를 잘하는 사람과 대화하면 재밌다. 유머감각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은유는 서로 다른 것에서 유사한 속성을 발견하는 거다. 그래서 난 은유를 잘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물에서 자신이 설명하는 바와 유사한 속성을 캐치하는 관찰력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때 타인의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려는 태도에서 이미 소셜 지능이 높다.
난 지난번 <프리랜서가 피해야 할 생각>이라는 글 말미에 우사인 볼트를 은유해서 설명했다. 난 이 글에서 갑자기 우사인 볼트를 예로 설명하는 건 좀 우습지 않나 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할 때 우사인 볼트만큼 직관적인 예가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유치해도 괜찮다고 생각 든다. 사람들이 내가 생각한 바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건 전혀 유치하지 않다. 오히려 고급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