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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온 Jan 20. 2021

알알이 추억은 삶이 되어

클로드 모네 I 양귀비 밭, 1873

내가 아는 클로드 모네는 지베르니의 정원 속 수련을 그린 화가, 빛의 변화를 연작으로 남긴 화가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한 화가의 그림을 그리며 삶을 쫒다 보면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이는 내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책과 여러 어플의 도움으로 많은 화가들의 그림을 만나게 되었다.

좋아하는 화가와 그림을 정리해서 모아두기 시작했고, 그곳은 나만의 작은 미술관이 되어주었다.

울적한 날이면 그곳을 찾아가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들을 보며 그들의 삶을 알아가며 마음의 위안과 안식을 얻는다.

작은 화면 안이지만 그 안에서 온전히 즐기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올 한 해 그리고 싶은 그림들을 정리해 보았다.

새해 첫 그림은 클로드 모네의 아내 까미유와 첫째 아들 장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아르장퇴유의 [양귀비 밭]이다.





클로드 모네와 인상주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
모네는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항구도시 르아브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랐다.

소년 모네는 동네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리며 그 재능을 인정받고 판매도 했다고 한다.

160년도 더 전에 한 소년이 그린 그림이라기에는 그의 그림은 놀라우리 만큼 세련되고 멋들어졌다.
모네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풍경화가 외젠 부댕의 권유로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때 빛과 하늘, 구름과 바람 같은 자연을 처음 만나게 된다.
그 당시에는 아뜰리에 안에서 정통적인 회화기법으로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던 게 일반적인 시기였지만, 1840년대에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튜브 물감 덕분에 화가들이 야외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모네는 미술공부를 하러 떠난 파리에서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방식의 아카데미 수업에 답답함을 느꼈고, 대신 그곳에서 만난 쿠르베, 르누아르, 바지유 등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숲으로 나가 자연과 빛을 느끼며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기존의 고전적인 살롱전을 뒤로 한채 그 동료들과 첫 전시회를 열게 되는데, 그 전시에서 모네는 [인상, 해돋이]를 출품한다.

이 그림은 실제 해돋이의 모습과 인상을 화폭에 담기 위해 빠르게 그려 낸 그림이었는데, 한 기자는 이 그림을 '첫인상만 슬쩍 그린 그림'이라며 혹평했고 이는 '인상주의'라는 단어의 출발점이 된다.





아내 까미유와 아르장퇴유


모네는 25살 나이에 친구 바지유의 소개로 까미유를 처음 만난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고 첫아들 장이 태어나지만 불행하게도 가족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사랑을 택한 모네는 가족의 지원도 끊겨버렸지만 사랑 속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파리에서 멀지 않은 아르장퇴유라는 센강 유역의 작은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시간을 보낸 모네 가족.
그는 정원이 있는 아름다운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들판에 나와 아내와 아들이 함께 노니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화창한 날 양귀비 들판을 산책하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은 행복하고 평화롭다.

모네가 아르장퇴유에서 그린 그림들의 색채는 밝고 평온한 파스텔 톤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안온하게 해 준다.
눈 앞에 보이는 현재의 반짝이는 빛과 그 행복한 순간을 담은 모네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그의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삶 그리고 추억



삶의 모양은 결국 추억이 만들어 가는 거래. 알고 보면 서로 별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수많은 일상 중 간직하고 싶은 것만을 고르고 골라 담아둔 기억의 총체, 그게 인생이래.'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중-



사랑하던 아내가 32살의 젊은 나이에 사망할 때까지 그림 속 이 장면은 그에게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그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리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두 아이들이 자주 사진첩 속 자기 어릴 적 모습을 들여다본다.
얼마 전 큰아이가 쓴 일기를 보았다.

사진은 ‘추억’이라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짠해졌다.

그냥 보통 하루, 슬픈 하루, 화나는 하루, 기쁜 하루..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하루들이지만 훗날 이 하루들이 추억이 되고 그 추억들이 나의 삶이 된다면.
평범한 하루 속에서 작은 추억 하나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무심코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내 아이의 어릴 적 시간을 되돌려 주듯이.

오늘 하루 작지만 소중한, 나의 삶의 일부가 될 작은 추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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