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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온 Feb 10. 2021

어른 사람이랑 대화하고 싶던 어느 날

밀턴 에브리 I 대화, 1960

나도 어른 사람이랑 대화하고 싶어!


아이들과의 전쟁이 유독 길어지던 날.

잠시 숨 쉴 여유도 갖지 못하고 동동대던 그날, 내가 남편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

"나도 어른 사람이랑 대화하고 싶어!"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속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

잠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을 때도 10분도 채 안돼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에 내 마음은 늘 달리는 기차처럼 분주하다.

가끔 혼자만의 2시간 정도만 주어져도 마음은 평온해지고 얼굴은 미소로 맑아진다.

똑같이 타던  차 한잔도 따르는 물소리가 다르다.

쭉--이 아닌, 쪼-르-르.


아이들과의 대화가 재미있을 때도 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 어디서 그런 상상력이 나올까 싶은 괴이한 이야기들.

점심식사 후 큰아이가 타주는 커피 한잔이 너무나 맛있고 달달하고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엄마는 친구와의 커피 한잔도 참 그립구나..





밀턴 에브리

밀턴 에브리는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의 표현주의 화가다.

개인의 감정을 담아내는 인상주의 그림과 앙리 마티스의 색체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자연이나 대상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것을 가장 쉽고 간결하게 선과 면으로 담았다.

그리고 그 면을 따라 색을 단순화했다.

그가 주로 그린 그림 속 주제는 친근한 우리 일상 속 모습이다.

그 질감과 따뜻한 색의 조화가 참 좋았다.

책과 차를 사랑하는 분 덕분에 알게 된 화가 밀턴 에브리.

그의 그림의 매력에 빠져 며칠을 찾아보며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을 나만의 미술관에 꼭꼭 넣어 두었다.


‘대화’라는 제목의 이 그림.

그림 속 두 여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노란색에 둘러싸인 그녀들의 대화를 상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공간 속 그녀들이 참 부러웠다.


친구와의 대화.

차분하고 정적이지만 어색함이 없는.

잠시 서로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기더라도 서로의 곁에 어색함이 흐르지 않는 그런 대화.

그림 속 그녀들이 그러할 것 같아 부러웠고,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 또한 짠했다.





따스한 추억


나에게도 그런 친구들이 있다.

꾸미지 않고 덫 대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마음을 이해해주는 그런 친구.

그 친구들이 본지가 참 오래되었다.

학창 시절 그녀들과 함께 나눈 편지와 대화, 수많은 이야기와 웃음 그리고  추억.

지금은 마음 편히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며 세월을 함께 나누나 보다.


누군가와의 대화가 그리웠다.

가족과의 대화,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함께 나누는 그런 따뜻한 대화.


밀턴 에브리의 노란 그림과 함께 그때의 따뜻한 대화를 추억해 봄이, 단단히 굳었던 나의 마음을 조금은 말랑해지게 해 주었다.


감사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그림을 사랑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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