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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온 Feb 14. 2021

발갛게 물든 나의 하트

앙리 마티스 I 사랑에 빠진 심장, 1949

밸런타인데이의 의미?


얼마 전 큰아이가 물었다.

“엄마~밸런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거야?”

나는 떠오르는 대답을 해주었다.

“원래 밸런타인데이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주는 날이야.”

아이에게 말해주고 나니 얼핏 알고 있던 그 유래가 궁금했다.


먼 옛날 로마시대의 결혼은 황제의 허락하에만 할 수 있었는데, 발렌티노 사제는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결혼을 허락해주었다고 한다.

2월 14일은 그렇게 사랑을 허락한 죄로 순교한 성 발렌티노 사제의 순교 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은 인정해주지 않는 자신들의 진실하고 애타는 사랑을 허락해준 사제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그 사랑의 마음을 잊지 말고 표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매혹적인 사랑에 빠진 마음

이 그림은 프랑스 테리아드 출판사에서 발행한 미술 정기간행물 VERVE의 커버를 디자인한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다.

테리아드는 1929년 마티스를 처음 만났고 두 사람의 협업은 마티스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 그림이 담긴 23호는 프랑스 르네 왕의 ‘사랑에 빼앗긴 마음의 서’ 이야기를 담은 잡지였다고 한다.

빨간 하트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문구는 프랑스어로, Coeur d’amour épiris, 보통 ‘사랑에 빠진 심장’으로 번역되는데 나는 ‘매혹적인 사랑에 빠진 마음’으로 해석하고 싶다.

말년의 마티스는 거듭된 수술로 앉아서 이젤 앞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조수의 도움을 받아서 구아슈 물감으로 색을 칠한 종이를 오려서 만드는 컷아웃 작업과  단순화된 드로잉 작업을 쉬지 않고 꾸준히 했다고 한다.

그 시기에 그려진 이 그림 또한 단순화되었지만 빨간 하트의 모양과 쓰인 문체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춤을 추듯 그 경쾌한 율동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사랑의 마음을 가졌던 그때를 추억해 보게 해 주었다.




발갛게 물든 나의 하트


살며 누구나 한 번쯤은 마티스의 그림과 같은 그런 빨간 심장을 만나게 되겠지.

나에겐 나의 남편이 그러하다.

새빨갛던 연애시절 우리의 하트는 발간 빛의 하트가 되었으려나.

3년을 연애하고, 결혼하고 13년을 함께 산 내 동반자.

같이 울고 웃고 슬퍼하고 모든 걸 함께 나눈 사람.

그 모든 일 속에서 늘 묵묵히 내 곁에 있어 준 사람.

발갛게 물든 그 빛이 편하고 좋은 내 사랑이다.

연애시절 남편의 얼굴을 그려 만들어준 카드다.

작은아이가 바라보기엔 아빠 얼굴이 허전했는지 어느 날 예쁘게 아이섀도를 칠해주었다.

솔직히 몇 년 전 그날 난 울었다.

그때의 힘들었던 나에게는 내 소중한 추억을 아이가 망친 것만 같아 너무나 속상했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 또한 아름다운 추억인 것을..


오늘, 밸런타인데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 초코 막대를 함께 만들어 먹으며 그 사랑을 듬뿍 나누어야겠다.

지금 이 순간.

여기 함께하는.

우리 가족의 새빨간 예쁜 사랑을 마음에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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