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세상이 재밌지 않은 친구들에게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친구들을 통해 피부로 느낀 적이 있었다. 누가 이제 너도 30대니 취향도 변하고 안먹던 음식도 먹기 시작하고 한 35살쯤 부터 몸이 진짜 바로 변한다 라며 경고해도 난 그다지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난 그런 사람들 속에서도 별명이 규글, 규무위키(본명에 규자가 들어가 지어진 이름)였다. 아이돌, 세상뉴스 온갖 만사에 관심이 많아 물어보면 나에게선 재미난 정보들이 쏟아졌다. 그나마 나이들어가는 사이에서 젊게 살고 있는 나에게도 '아 늙었다.'라고 느낀 적이 있다.
나는 주로 오랜 친구들과 가끔 가다 1년에 한번 혹은 달에 한 번 정도 만난다. 예전에는 만나면 왁자지껄하고 연예부터 요즘 어느 연예인이 이쁘다던가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내 친구들. 그런 친구들이 어느 순간부터 투자, 골프, 직장 동료 뒷담화 등으로 이야기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선 확고해진 고집과 자신기 겪고 있는 부조리한 사회생활들 속의 분노가 솓아오르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친구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도 하고, 같이 좋아했던 롤이야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나 흔히 말해 새로생긴 용어라던가 그런 이야기들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순간 친구들은 나의 이야기에 그래? 그렇구나-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더는 재미없는 이야기 인거다.
이런 이야기보다 결혼, 투자(그놈의 주식)
돈되는 이야기 회사사람 이야기
미래에 대한 걱정
연애보단 결혼에 대한 걱정
걱정 걱정 또 걱정
돈돈돈
승진승진
연봉연봉
아 지친다 지쳐.
이 때 정말 나이가 들었음을 피부로 와닿고 나아가 아 앞으로 내 미래가 이렇게 재미없게만 흘러가는걸까 오히려 내가 더 걱정이 들었다. 에휴, 친구들아 많이 늙었구나. 세상에 재미난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브런치로 글을 쓸 때도, SNS를 통해서 이야기를 할 때도 친구들이 바라보는 나는 철없는 30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나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