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철학이 없으면 세상에 휘둘린다.
"사회초년생 월급 관리방법 교육"
- 투자와 월급 관리하는 방법 등을 무료로 알려드려요. 정부지원 프로그램 입니다.
한참 적은 월급으로 타지에서 살아남기에 어떻게든 아껴보려 고민을 하던 나에게 눈에 띈 문구였다. 정부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소리에 그래도 괜찮겠지, 싶은 마음에 나는 바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담당자는 유명한 재무관리자로 소속은 토스인슈런스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토스 보험". 또 보험 판매하는 건가? 의심도 들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나는 교육을 받으러 퇴근하고 길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저는 토스 인슈런스 소속 000입니다. 저는 강남에서 이런 사무실이 있고요, 원하시면 초대해서 보여드릴 수도 있고, 등록된 인증서입니다. 어쩌고 저쩌고 (대충 나는 이런 믿을만한 사람이다. 이런 증명서도 있고 꽤나 잘나간다. 그런 내가 너를 지금 도와주러 왔다.)"
"아 네 그러시군요.(교육은 언제 하는거지?"
"저는 예전에 이런거 하면 뭐 보험 같은걸로 판매하던 애들이랑은 달라요. 이제 시대가 바꼈어요. 이제는 '부동산'이죠. 비슷한 나이 또래 때 여자친구 데리고 와서 집 보러 온사람도 있다니까요?"
'하.. xx..'
교육은 무슨 재무쟁이의 나 잘났어요 하는 각종 자료들과 휘리릭 넘어가는 자료들 그 속에서 수도 없는 '부동산 투자 권유'까지 머리가 아팠다. 원하면 공증까지 써줄 수있다고 한다.
"저 지금 통장에 20만원 있는데 이걸론 못하잖아요."
"지금 토스 한번 들어가보실래요? 대출 얼마 나와요? 1500만원 이걸로 하시면 되겠네."
이게 맞는걸까. 투자인데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이대로만 가면 나는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고 돈을 벌어서 월세를 받고 사는 '건물주'에 등극할 수 있다. 통장잔고 200만원으로 강릉에서 경기도로 취업하러 올라오고 지금 통장잔고에 20만원이 남아있는 이제 취업한 신입사원인 내가 말이다. 그런 나에게 지금 1500만원 대출을 받아 시드머니로 투자하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면서 자신은 예전에 유명한 사람들의 재무관리도 해줬으며 지금도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오고 있지 않으냐, 이걸 하냐 안하냐의 차이는 정보의 차이며 용기의 차이다 라며 끝없이 나를 회유했다. 머리가 너무나도 지끈 거렸고 마음 한켠이 계속해서 깎여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
이야기를 마치고 도시의 불빛만 남은 길을 따라 돌아오는 길이 무척 외로웠다. 나는 단 하나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받아보려 했는데 어찌 나를 이용할 생각밖에 없다. 대출 받아서 투자하라니 전형적인 사기 멘트가 아닌가. 어떻게 나를 도와준다고 하는 말 뒤에 칼을 가지고 나를 도륙하는 느낌이다.이곳에서 느끼던 그 어떤 외로움보다 더 씁쓸한 외로움을 입으로 곱씹은거 같다.
'통장잔고가 20만원이고, 빚도 있는 나에게 1500만원을 더 받아서 투자하라니 이게 할 말인가'
결국, 그날 밤 스스로 철학이 없기 때문에 이런일이 발생한거라는 생각으로 귀결이 났다. 내 마음의 확신과 스스로 돈이 없든, 신입사원이든 흔들리지 않았다면 이런 씁쓸함을 느낄 일도 없지 않았을까. 더욱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과 어떻게 하면 단단하게 나만의 철학을 세울지 방법에 대한 고민도 드는 밤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나만의 철학"
앞으로는 이런일로 다시는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게 또 굳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