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싫다.
싱그러운 여름.
바깥은 맑은 공기에 풀소리와 매미가 울어댄다.
창문 사이로 살랑살랑 움직이는 나뭇가지들이
아름다운 형태로 방안으로 들어와 춤을 춘다.
방안은 덥지만서도 선풍기 바람이 살랑살랑
더운 땀을 말려주며 여름과 어울리는 통기타
플레이리스트가 울린다.
한쪽에는 시원한 수박, 나는 짧은 옷 하나를 걸치고
더위를 가시며 수박을 먹으며 여름을 즐기고 있다.
간질거리며 인디밴드의 음악으로 감성을
가득 채워주는 여름이다.
난 이런 여름이 너무나도 싫다.
간질거리는 이 여름이 너무나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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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이동한다.
바깥은 뜨겁게 불에 타지만
넓게 펼쳐진 하늘을 시원한 에어컨 속에서
바라보며 도심을 여행할 수 있다.
차 안에선 신나는 노래가 들려온다.
바깥으로 보이는 나무들은 저마다
푸른 녹음을 뽐내며 잠깐 내려서
자신의 녹음을 보고 가라며 흔들린다.
이런 여름이 싫다.
간질거리며 아름답기만 한 여름이 싫다.
옆자리에 너가 없는 이 여름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나 대신
눈에 담아줄 너가 없는 여름이 싫다.
신나는 음악소리보다 나의 말에 대답해주는
밝은 목소리를 내주는 너가 없는
이 여름이 너무나도 싫다.
차라리 가을이나 겨울 처럼 쓸쓸해지면 좋으련만
여름은 늦게까지도 뜨겁게 불탈 예정이라 한다.
아 여름, 뜨겁고 간질거리는 여름-
너 없는 여름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