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더라
의정부-일산 출근을 할 때다. 매일 2시간 가량 차를 이끌고 톨게이트를 지나 집에 퇴근을 하던 힘들던 그때. 가득이나 신입사원으로 돈도 없는데 기름값은 매주 나가고, 통장에 남은 잔고는 20만원이 간당간당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낭만이더라.
고된 출근길 끝에 금요일, 나의 유일한 일주일의 끝은 순댓국집에 가서 소주 한 병을 시켜 늦은 저녁과 함께 한병을 비우고 집에 돌아와 그대로 뻗는 것이었지. 사장님과의 안면도 트일만큼 매주 갔으니 어느 순간 사장님이 메뉴를 자동으로 받아주더라. 또 많이 외로웠었는지 나처럼 혼자 술을 드시러 온 아저씨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몰라.
매주 혼자서 순대국밥에 소주 한잔 하는 금요일을 기다리던 그때가 고되고, 참으로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낭만이더라. 소주 한병으로 피로를 풀던 그때가 청승맞을지언정 낭만이더라. 퇴근하고 금요일에 마시는 소주 한잔이란.
새로운 곳에 이사해서도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자 국밥집을 찾았지만, 저 국밥집 만한 곳은 찾지 못했. 집에서 아무리 밀키트로 국밥을 사서 먹어봐도 그때의 낭만을 다시 느낄 수는 없더라. 그렇게 지나고 보니 정말 낭만이더라. 별거 없지만 술한잔 하고 돌아가는 어둑어둑한 길과 강가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은 따스했던 것 같아. 다시 생각하니 추운 겨울 적당히 오른 취기와 온도가 추위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시원했었지.
그렇게나 힘들어했는데 돌아보니 낭만이더라.
그러니 지금의 힘듬도 돌아보면 낭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아 그때 참 힘들었지만 열심히 했지~ 하면서 글도 쓰고 낭만있었네!'라고
몇 년 뒤 지금을 기록했을 때 이 순간도 낭만이기를 바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