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은 모든 게 다 결핍에서 온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 결핍은 내가 겪은 실패나 상처와도 같다. 학벌과 부에 대한 열등감, 그걸 느끼게 된 이유까지도 유사하다.
그러나 결핍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성민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의대 입학에 실패한 후 과외와 영어 공부를 하며 본인만의 새로운 강점을 만들어냈고, 현재는 입시 최전선에서 같은 고통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수능 영어 교재를 제작한다. 타워팰리스에서 과외했던 경험은 부를 향한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고, 덕분에 최종적인 목표로 사업을 그리게 됐다.
반면 나는 의대 입학에 실패한 후 문과로 전향했고,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어 교대에 갔다. 강남 학군지에서 마주하는 부의 격차가 싫어서 내년부턴 지방 본가로 내려가려 한다. 물론 교대에 입학한 것도, 지방에 내려가는 것도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그래도 성민을 보니까 여태까지 내 삶이 회피로 점철된 것 같아 부끄러웠다.
똑같이 의대에 가고 싶었고, 그런데 평소보다 수능을 못 봤고, 나보다 훨씬 부유한 학생들 가르치면서, 괜한 열등감에 속이 상했는데 그로부터의 선택은 완전히 달랐다. 인터뷰 내내 성민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나에 대한 실망감이 생겨 당황스러웠다.
몇 달 뒤, 인터뷰를 회고하는 지금에서야 다른 생각이 든다. 내가 한 건 회피가 아니라 대안 모색이었다. 나는 어떤 결핍을 느낄 때 그에 맞서 이기기보다 거기서 벗어난 삶을 고민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길을 찾고, 찾다 보니 이 책을 썼다.
전엔 열등감 없는 긍정적인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장점만 보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열등감에 맞서는 것도, 열등감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는 것도 긍정적인 동력의 일부임을 안다. 방식은 다르지만 성민도 나도 결핍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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