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먹살 ep9. 양평 대안학교 교사 인터뷰, 책 구매처

대안학교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by 화랑

윤이


진주교육대학교 졸업

2018년 3월부터 초등교사로 근무

2023년 2월 의원면직


현재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 초급 영어 교사 (2년 차)




인터뷰를 진행하며 문득 나 자신에게도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그만두고 싶은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르치는 일이 싫은 건가, 아니면 학교라는 환경이 답답한 건가.

아이들에 질려버린 건가, 내가 해줄 게 없다는 무력감 때문인가.

학부모 응대가 불편해서인가, 몇몇 ‘진상’ 학부모가 두려워서인가.


여러 명과 인터뷰할수록 점점 또렷해졌다. 답은 후자라는 게. 나는 부모님이 교대 진학을 강요했던 것도 아니거니와(물론 ‘안정된 전문직’이라는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만 답을 고르게 하셨지만), 학교에서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건 더욱 아니었다. 사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학부모와 관계 맺는 것도 여전히 재미있고 보람찼다.


내가 화나는 건 직무 자체보다 제도에 있었다. ‘학군지’라는 명목으로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한데도 해결이 안 되는 상황,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학생 간의 싸움까지 교사가 다 지도해야 하는 부담감, 과도한 공문 처리와 불공정한 업무 분담 등등.


그럼 대안학교는 어떨까? 대안학교에서 일하는 건 전부터 고려하고 있었다. 가르치는 일은 하고 싶고, 초등학교에 있는 건 싫을 때마다 유튜브에서 지리산 학교나 거꾸로 학교에 대한 영상을 찾아봤다. 심지어 소년 보호시설에 계시는 어떤 선생님의 브이로그를 보고 관련 구인 구직난을 들여다본 적도 있다.

그러나 대안학교라고 교권 침해가 없을 거란 보장이 없고, 오히려 학부모 간섭이 더 심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급여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깨닫지 않았나. 막연한 걱정 때문에 내가 피했던 무언가를 누군가는 이미 하고 있다. 사업, 대학원, 행정고시, 프리랜서 등에 대해 가졌던 내 섣부른 짐작이 얼마나 의미 없었는지 배우고 난 뒤였다.

대안학교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서 결심했다. 대안학교 교사를 인터뷰해 보기로. 마침, 다섯 번째 인터뷰이 현지 님이 대학생 때 대안교육을 연구했었다. 그때 알던 친구 한 명이 최근 의원면직하고 대안학교로 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곧장 양평으로 갔다.

마지막 인터뷰이 윤이를 만나기 위해.




나를 찾아 마산에서 양평까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는 언제나 어려운 것 같네요(웃음). 저는 학창 시절엔 성실하게 공부하는 평범한 여학생이었고요. 교대에 입학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해 초등 교사가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이었지만, 제 안에서 다른 삶을 향한 바람이 점점 커져갔어요. 치열한 고민 끝에 작년에 의원면직을 했고 현재는 양평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대는 어떻게 진학하게 됐나요?

고등학생 때는 교대를 갈 생각이 없었어요. 서울권 대학의 사회과학부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수시에서 아쉽게 불합격하게 됐죠. 저는 공부할 때 스스로를 압박하는 스타일이라 그때 당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재수는 절대 하기 싫었고, 최대한 정시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죠.

그런 상황에서 부모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모님께서 초등 교사를 권유하셨어요. 저랑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고, 남을 가르쳐주는 것도 좋아해서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일단 착실하게 학과 공부를 했어요. 성적장학금을 받고 싶어서요. 그리고 제가 다양하게 배우는 걸 좋아해서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어요. 사진 동아리 회장을 맡아서 출사하러 다니기도 하고, 민중가요 동아리에 들어가서 노래도 부르고요. 음악교육과를 부전공으로 해서 해금, 트롬본 이런 악기도 배워봤어요. 돌이켜보니 20대답게 즐겁게 보냈네요.


알찬 시간이었군요. 임용고시 준비할 땐 어떠셨어요?

화가 많이 났어요. 쓸데없이 외우라고 하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기계가 된 느낌이랄까(웃음)? 어쩔 수 없이 열심히는 하는데 정말 싫었어요. 교사를 뽑는 방식이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아마 많은 분이 비슷하게 느끼실 거예요. ‘이런 것까지 외우나?’ 싶을 정도로 얕고 넓죠.

네, 그래서 대안학교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제가 대학생 때부터 부산에 있는 협동조합학습공동체에서 열린 독서 모임이나 교육세미나에 자주 참석했어요.

거기서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가 세워진다는 얘기를 들었고, 당시 임용고시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시험을 치지 않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대안학교가 세워진다는데 거기 가고 싶어.”라고 넌지시 얘기를 꺼냈는데 바로 반대하셨죠. 갑자기 들어본 적도 없는 학교에 가겠다고 하니까 놀라셨나 봐요.

근데 그때는 엄마를 설득할 정도의 확신도 용기도 없었어요. 그래서 남들 하는 대로 임용고시를 쳤던 것 같아요.


학교가 다 지어진 것도 아니라서 확신을 갖기가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게 경상도에서 초등교사로 일하게 되셨는데, 일반 학교 교사 생활은 어땠나요?

아이들이 순한 편이었고, 선생님들과 사이도 좋아서 즐거웠어요. 물론 어느 학교나 민원도 있고 학교폭력 사안도 생기잖아요. 그럴 땐 힘들었죠. 그래도 돌이켜보면 잘 지냈다 싶어요. 아이들도 저를 좋아해 줬고, 친한 선생님들이랑 일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했으니까요.


어떤 사건이 있었다거나 교직에 회의를 느낀 건 아니었네요. 그럼 어떤 이유로 의원면직을 하게 됐나요?

아, 그런데 한편으로 공교육 교사로서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회의감도 컸어요. 담임교사 한 명이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 행정 업무로 인해 교육에 매진하기 어려운 현실, 비민주적인 업무 분배 같은 것들요.

게다가 2021년 하반기에 초등학생 1학년부터 1인 1 스마트 패드를 빌려주고 관련 업무를 학교에서 도맡으라는 공문이 왔는데, 저는 어린아이들에게 태블릿 PC를 계속 보여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고가의 기기를 관리하는 책임이 온전히 교사에게 주어지니까 화가 많이 났죠.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에서 다양한 연수를 연다는 걸 전해 들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양평에 올라와서 연수를 듣게 됐어요. 처음부터 이직할 마음은 아니었고, 그냥 제가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이 있으니까 교실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공부하러 온 거였죠. 근데 갈수록 여기에서 일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씩 경남에서 양평까지 오신 게 정말 대단하네요. 몇 년간 그렇게 교육을 받으셨나요?

본격적으로 들은 건 3년 정도에요. 첫 1년은 마산에서 왔다 갔다 했고, 다음 2년은 장학생이 돼서 양평에서 일하면서 들었어요.


장학생은 교육비를 면제받을 수 있나요?

네. 장학생은 학교에서 교사를 자체 양성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예요. 담임교사 지원자에게 학교 전 강좌를 2년간 무료로 수강하게 해주는데, 발도르프교육의 핵심인 인지학과 교과 방법론을 주로 공부해요.


교육 중에 특히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나요? 교직에 잘 적응 중이던 윤이 님을 먼 곳까지 떠나오게 만든 원동력이 궁금해요.

교육 이념에 반했던 것 같아요.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모방과 권위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 나가는 자유로운 인간’이에요. 누구나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선생님을 따르고 모방하면서 자라잖아요.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 자기 자아가 확실해지고 두 발로 서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어른이 됐을 때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살아 나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살기가 힘들잖아요. 먹고사는 것에 대한 불안, 주변 사람들의 기대, 불확실한 자아 정체성 등이 영향을 주죠.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여기서 ‘학생들이 자유로운 인간이 되도록 돕는 교육’을 강조하니까 눈이 뜨이는 느낌이었어요. 문득 저도 저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입시 경쟁 속에서 못 받았던 교육을 이제야 받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공감해요. 사춘기가 자아를 탐색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나라는 중고등학교 내내 입시 공부에 시달리잖아요.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놓친 상태로 사회에 던져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대안학교 교사가 되는 것에 대해 부모님께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반대하셨어요. 아마 저희 부모님 세대 대부분이 비슷할 것 같은데 저희 부모님이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셨어요. 물려받은 거 없이 열심히 살면서 저를 키우셨던 만큼, 딸이 부족함 없이 살길 바라셨을 거예요. 아무래도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불안정하다 보니 걱정을 많이 하셨죠.


그런 반대에 흔들리기도 하셨나요?

네. 흔들렸어요. 제가 사랑하고 저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부모님인데, 그 뜻을 저버려야 하니까 용기가 많이 필요했죠.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불안했고요. 양평에 올라가기 직전에는 서로 감정이 격앙되기도 했어요. 그런 과정이 힘들긴 했는데, 그럼에도 내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멋지네요. 결연한 마음으로 사직원을 내셨군요.

사직원 내기 직전에 떨려서 Donna Summer의 “Power of One”를 여러 번 들었던 게 기억나요. 용기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예요. 다들 들어보세요. (웃음)


양평 대안학교 교사

학교가 참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워요.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교육이념이 우리 학교를 가장 잘 설명할 것 같네요.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할 온살림의 교육예술을 펼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의지, 감성, 사고의 조화를 이루어 자유로운 인간이 되도록 돕고자 합니다.’예요. 쉽게 말하면 발도르프 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자립을 돕는 학교예요.


일반 학교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요?

일단 학제가 달라요. 보통 초, 중, 고로 나뉘는데 여기는 초급 8년이랑 상급 4년 두 과정이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가 초급,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가 상급이에요.

특이한 건 초급 담임 선생님이 8년 동안 유지된다는 거예요. 초1학년 학생이 중2가 될 때까지 같은 반에서 한 선생님이랑 쭉 가는 거죠.


교사로서는 8년간 한 반을 맡는 거네요. 장단점이 있겠어요. 아이의 성장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대신에, 나랑 안 맞는 아이를 맡으면 서로 힘들 것 같아요. 어떤가요?

주변에서 가장 놀라는 부분이에요.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물어보죠. 제 나름대로 생각한 답은요, 뭔가를 갈고 닦을 때 ‘수행한다’는 말을 하잖아요. 여기선 교사가 수행자예요. 우리가 사계절을 다 지내잖아요. 여름이 싫다고 봄, 가을만 지낼 수 없는 것처럼, 수행하는 마음으로 모든 아이를 아우르는 거죠.


그러네요. 더운 여름도 추운 겨울도 피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일반 학교에서 교사가 ‘수행자’의 마음을 유지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도 닦는 마음으로 참고 견디다가 결국 끝까지 소모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교사가 어떤 학생이든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선, 주변의 도움이 받쳐줘야 한다고 봐요.

그렇죠. 저도 공교육에서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들 보고, 학부모 상담하는 거 외에도 행정 업무가 많잖아요. 학부모랑 소통을 자주 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거에 비해서 여기는 일단 행정 업무에서 자유로워요. 그러다 보니 교육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학부모랑 소통이 잘 돼요. 담임을 맡으면 한 달에 한 번씩 반 모임을 열어요. 부모님들 모두 모시고 지난 한 달 동안 아이들이랑 뭘 했는지 얘기 나누는 거예요. 학부모님들께서 지금 아이들이 뭘 배우는지, 왜 배우는지, 그리고 아이들 학교생활, 교우 관계 등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가세요. 그러니까 교사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부모와 교사가 함께 협력해서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거죠.

근데 저는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발도르프 학교만이 좋은 학교라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건 진짜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뭐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이런 교육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학교든, 어느 교사든 배울 점이 있고 서로 그걸 교류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럼요. 저도 이 인터뷰가 마치 대안학교가 정답인 것처럼 비춰지길 원하지는 않아요. 일반 학교, 대안학교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다만 대안학교의 좋은 면을 알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교사 업무가 줄어들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게 맞죠. 마음이 편안해야 학생들을 받아줄 수 있는 그릇이 커지고요.

얘기가 나온 김에 윤이 님의 일과를 알려주시겠어요?

저는 여기서 초급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반당 일주일에 3시간씩 들어가요. 올해부터 전임 교사로 8시 40분부터 5시까지 일해요. 수업이 있을 때는 수업을 하고, 그 외 시간에는 수업 준비, 교과 연구, 인지학 공부 등 제가 교사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요.

대안학교가 국공립 초등학교보다 행정 업무가 적긴 하지만 학교 운영에 관련된 업무는 많아요. 다만 그런 일을 교사, 부모가 나눠서 하죠.

교사회는 학교 홍보, 부모 교육, 행사 기획 및 진행, 재정 운영 등의 일을 하는데, 그중에서 저는 학교 지출 내역 관리, 우리 학교 강아지 순돌이 돌보기, 수업 종 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강아지 관리라니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종은 왜 직접 치는 건가요?

우리 학교는 타종 시스템이 아날로그 방식이에요. 그래서 진짜 종을 제가 칩니다.


재밌어요(웃음). 수업 시수가 제일 부럽네요. 일주일 12시수, 제가 올해 22시수니까 거의 절반이군요. 다른 매체에서 본 대안 학교들은 교사가 학생이랑 같이 살림하고, 자고 그러던데 여긴 어떤가요?

저희는 기숙 학교가 아니라서 그런 돌봄은 각 가정에서 하고요. 학교에서 방학 때마다 열리는 1박2일 캠프가 있는데 그때는 교사와 아이들이 같이 자요.


대안 학교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윤이 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뭐예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교사와 부모의 협력이 잘 돼요. 여기는 학부모 교육을 많이 하거든요. 학부모님들도 편입학 후 1년은 의무로 학교에서 하는 월 세미나와 아카데미를 들으셔야 해요.

아이를 어떻게 길러내야 하는지, 발도르프 교육이 어떤 이념과 원칙을 가졌는지 교사와 학부모가 같이 공부하는 거죠. 그러니까 더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어요.


요즘 교육계 문제 중 하나가 교권 추락이잖아요. 이 학교에선 교사를 어떤 식으로 보호하나요?

저도 공교육에 있을 때 교권 추락으로 인한 어려운 점을 담임교사 혼자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제일 큰 문제라고 봤어요. 물론 좋은 교장, 교감, 부장 선생님이 계신다면 다르지만요.

여기는 하나의 공동체를 잘 이룬 상황이에요. 우선 교사회랑 부모회가 있어서, 교사끼리 또 부모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요. 학부모가 교사 한 명을 괴롭히듯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보단 교사와 부모가 소통하며 같이 문제를 풀어가죠.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이 학교에서 교권 추락으로 교사가 고통받는 상황을 본 적이 없어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학교 측에서 단호하게 대처할 것 같고요.


되게 이상적으로 들리는데요. 쉽고 구체적인 예시로 얘기해 보는 게 어떨까요? 예를 들어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체험학습을 가고 싶다고 쳐봅시다. 일반 학교에서는 안전사고가 나는 경우 교사가 법적 책임을 지죠. 그래서 점점 야외 활동을 꺼리게 돼요.

여기서는 어때요? 예를 들어 제가 바로 옆 남한강에서 아이들이랑 산책하다가 한 명이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나요. 그럼 어떻게 되나요?

응급처치하고, 부모님께 연락드리겠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학부모가 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있어요. 근데 문제가 되는 건 터무니 없이 큰 책임을 묻는 거잖아요. 이게 서로 만날 일이 별로 없고, 교육 방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분노와 불안이 심해져요.

근데 여기선 교육을 위한 밑 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교사랑 학부모가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요.

래포가 쌓여있다는 거죠? 교육 활동을 하다가 아이가 다쳐도 이 선생님이 왜 그 활동을 선택했는지, 어쩌다 내 아이가 다치게 된 건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니까 막 화를 내진 않으시겠네요.

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여긴 교장 선생님께서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많이 도와주세요. 교장이 교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교사가 실수하더라도 눈치 보면서 보고하고, 상부 지시에 따르고 이러지는 않는 거죠. 교사로서 책임은 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항상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을 받는달까요.

그리고 교사를 도와주는 손길이 많아요. 동료 선생님은 물론이고, 아까 말씀드린 발도르프 어린이집이랑 연계가 잘 되어 있어서 거기 선생님과도 소통을 자주 하고요. 원장 선생님께서 멘토처럼 도와주기도 하세요.


뭐든 교사 혼자 짊어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군요. 민원 관련해서 더 여쭤보고 싶은데요.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이 악성 민원을 방지하는 해결책이라 보시는 거잖아요.

예전에 제가 모 신도시 혁신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는데, 거기가 소통을 굉장히 강조하는 학교였어요. 그래서 분기별로 가정에 학생 성장 보고서를 보내고, 학부모회랑 1박 2일 여행 가고, 교사-학생-학부모 세 주체가 모여서 토론 하는 그런 행사가 많았어요.

근데 거기만큼 민원이 심했던 데가 없어요. 정말 민원이 많이 들어왔어요. 사소한 걸로도 교사를 못 살게 굴더라고요. 학부모가 교실로 곧장 들어온 적도 있어요. 당시에 연구실에서 선생님들이랑 종종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제가 ‘소통’에 학을 떼게 됐거든요.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소통을 자주 할수록 민원의 빈도도 잦아진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듣는데 저도 속상하네요.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소통만을 위한 소통은 안 돼요. 왜냐하면 본인이 기분 좋을 때는 잘 지낼 수 있는데, 내 아이가 울면서 집에 오면 짜증이 나니까 화낼 곳을 찾게 되거든요.

소통만 있으면 안 되고 공부, 다른 말로 하면 수행이 같이 가야 돼요. ‘우리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교사랑 학부모가 같이 공부하는 거죠. 이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모 교육을 할 때 이런 걸 강조해요. ‘어른이 되면 자기 행동을 스스로 반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교사도 학부모도 마찬가지예요. 있었던 일과 그때 내 행동,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돌아보는 거죠. 그런 태도가 약속된 환경이니까 점점 학부모님들이랑 가까이 있는 게 편해지더라고요. 내가 교사로서 최선을 다한다면 위축될 필요 없고, 건강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학교 행사 있으면 같이 하는 거예요. 학부모님들도 교사를 믿어주시는 게 느껴지고요.


나답게 살기

윤이 님은 여기서 만족도가 어느 정도예요?

일단 이 길로 잘 왔다는 확신은 100퍼센트예요. 여기서 격려받고, 성장하고, 보람도 느끼거든요. 물론 바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부딪히면서 배워야 하니까 힘들 때도 있죠. 그래서 100점 만점에 한 90점 정도(웃음)?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저답게 사는 거예요. 그리고 최근에 ‘잘 산다’는 게 뭔지 생각해 봤는데요. 고립되게 살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동식물도 기르고 놀기도 하면서 여러 생명과 어울려 사는 삶이 즐거울 것 같더라고요. 제가 하는 일 행복하게 잘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좋은 교육을 배우고 실천하며 널리 알리는 것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교직에 대해 고민하는 교대생이나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교직을 나와라, 나오지 마라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공교육 현실에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여기 와도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교직이 힘든 것도 100% 공감하는데, 막상 나와도 똑같을 수 있어요.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 지금 힘들다면 그게 교사가 안 맞아서 그런 건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해서 그런 건지, 그냥 타지에 살아서 외로운 건지. 그걸 잘 생각해 보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겠죠. 어디든 힘든 게 인생일 수밖에 없는데, 내 마음을 잘 살피면서 용감하게 나아가셨으면 좋겠어요.




- 해당 인터뷰 전문은 책 <교대 나와서 교사 안 하면 뭐 먹고살지?>에 있습니다.

책에는 다른 분의 인터뷰와 저의 에세이도 실려 있습니다.


- 에필로그를 추가합니다.

https://brunch.co.kr/@hwarang-company/71


- 책 근황입니다.

https://brunch.co.kr/@hwarang-company/72


- 현재 전자책은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밀리의서재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실물책은 독립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책 소개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s://gamy-philosophy-ccf.notion.site/1bd708c22b8180b2bfa3fbdfec44f5c8?pvs=4


이전 17화뭐먹살 ep8-2. 결핍이 동력이 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