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트랙 -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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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브런치북 마지막 이야기
Epilogue. 열 번째 트랙
누군가 “그래서 당신은 의원면직하셨나요?”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아직도 고민 중이다.
학교는 여전하다. 교권 침해도, 악성 민원도 그대로다.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올해 더 심해진 것 같다.
인터뷰하면서 ‘이 일을 그만둬도 먹고 살 수 있구나, 오히려 더 잘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둔 걸 후회하는 분도 계실 줄 알았는데, 없었다. 이 정도면 주변에서 건넨 조언이 전부가 아니란 걸 나름 증명한 셈이다. 나이 들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진 차마 예상 못 하겠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까지 교직에 남아있는 이유는 뭘까. 나도 모르겠다. 준비가 덜 된 건지, 미련이 남은 건지. 솔직히 이 일이 좋을 때도 있다. 은근히 재미있고 어떨 땐 따스하다.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인정받았던 순간을 꼽으라 하면 작년 학부모님들이 보내주신 메시지가 떠오른다. 다행히 좋은 분을 많이 만났다.
그렇지만 그만두고 싶다. 일단은 월급을 더 받고 싶고, 앞서 언급한 교권 침해나 악성 민원도 결정적인 이유다. 무엇보다 이렇게 50대, 60대를 버틸 자신이 없다.
아홉 분의 멋진 인터뷰이 님들과 달리 아직도 난 애매한 상황이다. 그게 슬프기도 하다. 그래도 변화한 게 있다면 이번 계기로 독립 출판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것이다. 이어서 다른 책도 한 권 더 만들어 보려 한다.
내년부터 근무지도 바뀐다. 서울에서 지방 본가 근처로 내려간다. 강남 학군지에서 홀로 자취하면서 일하는 게 나에겐 꽤 버거웠다. 여러모로 괜히 주눅 들었고, 만약의 상황에 혼자서 대처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불안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변주를 줘 보려 한다. 바뀐 지역에서도 계속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결단이 서지 않을까.
전엔 인생이 ‘모 아니면 도’ 같았는데, 인터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만둘지 말지 고민하면서 계속 일하거나, 다른 직업과 시간강사를 병행하는 모호한 방법도 있다. 혹시라도 의원면직 후에 후회가 된다면 임용고시를 다시 보거나 사립학교에 들어가도 된다
여기까지가 나의 결론이다. 어쨌든 인터뷰를 통해 ‘용기’는 확실히 얻었으니 만족스럽다. 누구든 이 책을 통해 나와 같이 위안과 용기를 얻어간다면 더없이 보람찰 것이다.
끝으로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명수, 진경, 부진, 희희, 현지, 도화, 유미, 성민, 윤이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형 매체도 유명 작가도 아닌 나에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첫 창작에 큰 보탬을 주셨는데 섭외비도 드리지 못했다. 은혜 갚는 까치처럼 언젠가 꼭 보답하고 싶다.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창작으로 타인과 연결되는 순간을 오랫동안 바라왔다. 이 작업이 헛되지 않게 된 건 다 독자분들 덕분이다.
일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
일에 대해 고민하는 건 나를 찾는 여정의 일부다.
앞으로 일하다 절망이 찾아올 때면 이 말을, 이 책을 기억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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