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날 것의 일기] 9월 23일의 선언,,

하와이대저택 영상을 보고: 셀프 고립의 힘

by 화랑

어제부터 내내 외롭고 심심하고 지루하고 우울했다. 자기 비하도 하고,, 모든 기회는 다 서울에 몰려있는 것 같고,, 임신해서 갇혀가지곤 뭣도 할 수 없는 것 같고... 그러다 잠들었는데 그 와중에 악몽 꾸고 기분이 드러븐 채로 깼다. 계속 이런 기분대로 나를 두기 싫어서 아침 먹으며 영상을 하나 봤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pUlTK3O3U8o&t=618s

출처: 하와이대저택

오.. 너무 좋았다. 원래 이런 자기 계발 영상, 책 다 안 좋아하는데 지금 내 처지가 절실해서 그런지 하나하나 와닿았다. 그래서 불현듯 아침에 필사를.. 영상 속 내레이션은 그대로고 내 글은 생각나는 대로 막 써서 엉망이다.


[짙은 글씨는 영상 속 내레이션, 옅은 글씨는 내 생각]

제 무의식 혹은 잠재의식에 이런 프로세스가 깔리게 된 거죠.

1. 내 스스로 간절하고 절박하게 해야겠다 혹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간절하고 절박하게 바꾸고 싶은 것: 교사로만 살고 싶지 않음. 교사 자체는 나쁘지 않음. 가르치는 일도 재밌음. 근데 말도 안 되는 민원 받아주는 총알받이로 상처 입으면서 억지로 교사를 계속하는 건 진짜 원치 않음. 그런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음. 나에게 그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

2. 그 생각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워본 후 일단 한다.

- 두 트랙이 같이 가야 함. 재테크 & 작가. 재테크는 마음처럼 되진 않음.. 서울에 집 사는 게 최고긴 함..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이득을 낼 수 있는 투자를 하고 싶음. 천천히 조금씩 하다 보면 이것도 짬이 쌓일 거고. 돈을 현명하게 운용하고 싶은 마음?

- 작가는 나의 자아실현이자 꿈이고 교사 외의 선택지. 작가를 하면서 교사를 병행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기도 함. 과연 작가를 한다고 교사를 관둘 수 있을까? 싶긴 한데.. 적어도 숨통 트일 구멍은 되어줄 수 있을 거임. 대안학교나 하자센터 교사를 하려고 해도 작가 경력을 높게 쳐줄 것.

- 내년엔 국어교육과 대학원 가보고 싶음. 이것도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서 + 논문 쓰는 방법을 익혀 비문학도 잘 쓰고 싶어서. 문학적인 글이 내 취향이지만 설득하는 글도 잘 쓰고 싶음.

3. 그런데 실제 과정은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개된다.

- 나의 경우에는 마인드. 아무도 방해 안 하는데 내가 날 방해함.. 외롭고 쓸쓸하고 나 혼자 도태됐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못함.

4. 그래도 계속한다. 이때 나에게 필요한 건 끈기다.

- 계속해야지

5. 나의 무의식이 아닌 의식은 이때 내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나 의심 같은 것들을 띄운다. 왜냐하면 이 의식은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여서 평소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걸 생각하고 안 하던 걸 하기 시작하면 그건 무조건 나의 생존의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아까 말했던 마인드

6. 이때 내가 해야 할 것은 이 융통성 없는 의식이 띄어 보내는 메시지를 캐치한 후 그냥 정확히 반대로 하면 된다. 내 스스로를 믿고 계속하는 것이다.

- 계속해

7. 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잘 안 되고 막 그런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걸 실패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거 아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걸 해내는 과정 중에 있다. 그 커리큘럼 속에는 원래 중간에 잘 안 되는 게 포함되어 있고, 그걸 지나가야 최종 지점에서 내가 원하는 그것을 만날 수 있다. 학교에서도 빡센 수업이 있고 회사에서도 빡센 일이 있듯이 커리큘럼 중에서도 유독 빡센 커리큘럼이 있어서 중간에 잘 안 되는 게 유독 심하게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중간에 드롭하면 그냥 f 학점인 거다. 제대로 된 점수를 받으려면 끝까지 해야 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 내가 원하는 걸 해내는 과정 중에 있다는 말 공감. 고난을 지나야 내가 원하는 걸 만날 수 있음.

8. 그 커리큘럼이 유독 그렇게 어렵게 구성되어 있는 이유는 그 과목이 그 과제가 그 목표가 다른 것들보다 더 좋은 것이어서 그런 거다. 쉬운 과목은 쉬운 과제는 쉬운 목표는 커리큘럼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그래서 이 커리큘럼을 듣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인기도 없다. 다들 꺼리니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고립된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있게 되는 시간 동안 나는 수행자가 되어 수행을 한다.

- 다들 불평불만이 있음에도 직장 계속 다니고, 자아실현 포기하고, 돈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돈을 엄청 써서 그만큼의 벌이가 필요한 거고.. 이거랑 다르게 살려면 고립될 수밖에 없음. 고립된 채 수행해야 함. 말 그대로 '수행'임. 고통스럽다는 뜻.

10.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무엇이든 대가가 있다는 거다. 이걸 끝까지 해내면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빛나는 대가가 나에게 주어진다.

- 최근에 주어진 대가는 민들레에 글을 기고한 것. 지금도 계속 글을 쓰면 반드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11. 그 대가는 아마도 내 스스로의 성취감, 나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 수천억을 줘도 살 수 없는 그 경험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은 것들일 것이다.

- 보상이 꼭 출판에만 있는 게 아니다. 팔로워가 느는 것만이 아니다. 나 스스로의 성취감도 보상이다.

12 나는 결국 끝까지 했고 내가 원하는 그것을 해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이것을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 꼭 부자가 되고 교수가 되고 사업을 하고 그래야만 성공하는 게 아님.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여기서 다른 사람의 기준은 절대 개입 X, 오직 내 기준) 그걸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뒤, 그대로 살면 됨.

- 지금 같아서 나의 성공이란.. 꾸준히 글 쓸 수 있고, 내 독자가 생기고, 그로 인해 기회가 생기고 다른 창작자와 이어지는 것. 간간히 여행 다니고,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고.

- 쓰잘데기 없는 가짜노동하면서 비상식적인 민원에 시달리지만 않길 바람. 그렇게 사는 삶은 상상만 해도 화가 나서 손이 떨림..ㅜ


이런 프로세스입니다.

이 프로세스가 여러분 잠재의식에 한 번 깔리면 이건 정말 스스로 엄청난 무기를 지니고 있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까 말씀드렸던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이유, 내가 나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겁니다. 스스로에 대한 신용과 경험치라는 담보까지 생겼으니까 이제 언제든 안심하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거죠.

- 제이드심이랑 똑같은 말이다. 두 사람 공통적으로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중요시함. 나는 나를 얼마나 믿고 있나? 잘 못 믿음.. 최근 친구 두 명이 "00아 너는 진짜 똑똑한 것 같아"라는 말을 해줬는데 "그럼 뭐해 이렇게 사는데"라고 응수함;;

- 나를 더 믿기 위해 지금까지의 성취를 돌아보고 그걸 정리해서 홍보할 필요가 있음. 타인을 위해서도 있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음.


여러분 그리고 여기서 꼭 아셔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데요. 사실 제가 오늘 영상 초반에 제 일기를 굳이 공개하면서까지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수행자와 수행의 진짜 의미예요.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는 걸 평온하고 매일 루틴하게 반복되는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는 하기가 힘듭니다. 사실상 할 수가 없을 거예요.

그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조용한 방으로 여러분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조금 더 와닿으실 겁니다. 결국 방 안으로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걸 황무지를 건너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여러분들이 살아가며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이 시간을 경험하시기를 진심으로 권하고 바랍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한 번씩 주저앉았을 때, 그래서 제 주변 모든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낙오되었을 때 그때가 항상 최고의 기회였어요.

- 지금은 기회다. 기회야.. 자연스럽게 낙오돼서 동굴 속에 갇혔다. 수행할 기회다. 무지하게 책 읽고, 정리하고, 글 쓰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펼쳐보기. 이 과정이 당연히!! 외롭고 지치고 힘들겠지만 절대 관두지 말기. 끝까지 나를 믿고 해 보기. 긍정적인 태도도 능력이고 스펙임. 억지로라도 럭키비키 땡큐감사 해야 함. 안 그럼 방구석에서 울기만 하다가 애 낳게 생김.


실천

- 일단은 되는 대로 책 읽기. 지금 인풋이 부족함. 책만 읽으라는 얘기가 아님. 트위터 하고 인스타 하고 쇼핑할 시간에 책 읽으라는 거임ㅎㅋ 이미 읽은 갭이어에 관한 책, 요즘 것들의 사생활 다시 읽고, 박경리 토지 읽고, 박완서 나목 읽고 다 읽자. 읽고 정리도 하자.

- 자꾸 문예창작과 / 국문학과에 대한 아쉬움을 갖는데 거기서 기본적으로 하는 게 이런 거임. 기본부터 하자,,

- 한겨레교육이나 클래스 101에서 좋은 강의가 있으면 목표를 딱 정해놓고 계획해서 듣기

- 미뤄둔 일도 하기. 블로그 쓰기, 뭐먹살 홍보.. 일이다 생각하고 해야 됨. (일 맞음) 최소한 가짜노동은 아니잖음.

- 힙합 에세이도 얼른 시작해! 시스템과 도구를 만들어놔야 함. 처음은 어려운데 그러고 나면 쉽게 다음 결과물이 쌓임.

- 육아도 공부해서 내 교직 경력이랑 연결 지어서 글 쓰면 좋을 듯. 할 거 개많음.

- 근데 자꾸 '외로워,, 나는 고립됐어,, 동료가 있음 좋겠어,,' 하면서 안 함;; 신체적인 한계가 있지만 이동 시간도 없고 먹고살라고 억지로 해야 하는 일도 없으니 사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기회임. 누워서라도 해라. 돈 안 되는 창작 하면서 기본소득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쉬운 줄 알어?



놀랍게도 갑자기 기분이 괜찮아졌다. 조울증.. 인가..? 호르몬 때문이니..? 모르겠다.. 갑자기 자리를 벅차고 재수학원 1층 카페로 가고 싶어졌다. 가서 글 써야지.



감동적인 댓글
오늘 일과
이참에 어엄청 쓰고
어엄청 읽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독립출판으로 얻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