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좋니?

감정을 읽다-『한국이 싫어서』를 함께 읽고

by 고양이쌤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지음, 민음사 펴냄

-수업 대상: 중등 3학년~고등 1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를 읽었다. 화자가 독백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구조도 복잡하지 않아 청소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토론 거리도 풍부한 책이라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했다.

내 예상과 달리 첫 질문부터 막혔다.

“한국이 싫을 때가 언제야?”

“없는데요.”

“한국 좋은데요.”

“음… 그래도 학교 다니고 공부하고 힘들지 않아? 늘 좋기만 하진 않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별 불만은 없어요.”

“음…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없어? 있다면 어디 살고 싶어?”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요. 딱히 어디 가고 싶지 않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에게 여행가고 싶은 나라를 물어보면, 일본, 미국부터 시작해서 영국, 케냐까지 다양한 나라를 이야기했다. 언젠가부터 어디가고 싶냐 물어보면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거나 그냥 집에 있고 싶다는 대답을 많이 듣게 됐다. 어릴 때부터 자주 가서 가고 싶은 데가 없다고 하는 애들도 종종 있는데, 그 아이들에게 경험을 물어보면 보통 태국이나 필리핀에 가서 리조트에서 논 기억밖에 없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이라는 게 더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는 건 한편 긍정적이란 생각도 했다. 여유로운 경제 사정으로 1년에 서너 번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들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려는 부모님의 의지로 여행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24살에 처음 해외여행을 가 본 나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다른 한편으론 부족함이 없어서 간절한 것도 없나 하는 생각도 했다. 30평 대 아파트, 1~2대의 자가용, 풍족한 먹거리, 브랜드 옷과 신발. 어린 시절 내게 아주 간절했던 것들이 지금 이 아이들에게는 이미 주어져 있기에 그 이상을 꿈꾸는 것에 무감한 건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원인을 생각하게 됐다. 바라지 않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해외여행이 싫은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낯선 곳에 갔다가 무서운 일 당하면 어떡해요.”라는 대답이 꼭 나온다. 내가 모르는 곳, 모르는 언어, 모르는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이 낭만보다는 공포로 다가오게 된 건 무엇 때문일까? 두 번째는 “괜히 사서 고생하기 싫다.”라는 것이다. 집에 있으면 편한데, 스마트폰만 있으면 즐거운데, 굳이 돈 들여서 낯선 곳에 가서 고생을 하는 건 멍청하고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문제 상황에 뛰어 들어가 그걸 해결하고 실수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치와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할 자아가 그들에게 하찮은 것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책과 기사들을 찾아 읽으면서 얻게 된 해답은 ‘그래봤다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나의 세대만 해도 세계일주 여행의 경험이 유명세가 되기도 했고, 해외자원봉사 등의 경험이 스펙이 되기도 했다. 지금 그런 경험은 너무도 흔하다. SNS만 들어가면 분기별로 해외에 나가 찍은 사진들로 가득 찬 계정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경험들은 이제 자위수단이 될 뿐이다. 경험이 미래를 바꿀 수도 없고, 자아를 성장시키지도 못한다. 나의 경험들이 너무도 흔해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기도 한다. 딱히 나아질 게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자신의 고치를 짓는 일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들에게 혀를 차댔지만, 지금은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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