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밝혀라!

재미를 읽다-『수상한 아이가 전학 왔다!』를 함께 읽고

by 고양이쌤



『수상한 아이가 전학 왔다!』 제니 롭슨 지음, 정진희 그림, 뜨인돌어린이 펴냄

수업 대상: 초등 4, 5학년



첫 장을 펼쳐 들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미소를 띠며 읽었던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가 『수상한 아이가 전학 왔다!』이다. 'ㅋㅋㅋㅋㅋ'을 백만 개 찍고 싶은 이 책은 표지부터 궁금증이 폭발한다. 방한모를 쓴 아이, 그 아이를 보고 '기묘하다'라고 말하는 장난기 가득한 두 아이의 표정, '기묘한 방한모를 쓴 아이'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해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나라를 배경으로 하기에 이야기는 더욱 특별해진다. 아이들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에 '백인'이 있다는 것부터 신기해한다. 아프리카 자체를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하면 '창을 들고 초원에서 사냥하는 모습'이나,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의 모습만 떠올리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와 비슷한 초등학교 모습은 뭔가 생소하다. 학교는 비슷한데 그 구성원은 또 너무 다르다. 인종적 다양함에서 한 번 놀라고, 학생들의 스타일에서 두 번 놀란다. 엄청나게 부풀린 빨간 머리, 레게 머리, 양갈래 머리, 뺑뺑이 안경, 빡빡 깎은 머리, 게다가 방한모를 쓴 아이까지! 아이들은 당장 물어본다.

"쌤, 학교에 저러고 가도 안 혼나요?"


나는 이 질문이 아주 중요하다 생각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학교에 방한모를 쓰고 갔을 때, 또는 폭탄 머리를 하고 갔을 때 "너 왜 그러니?"라는 질문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사정이 있다고 한들, 얼굴에 큰 화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방한모를 쓰고 있다면 벗으라고 말하지 않는 선생님이 있을까? 아이들은 그런 전학생에게 어떤 반응을 할까? 내가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 결과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방한모를 쓴 우리의 주인공 토미는 모든 아이들의 관심 대상이 된다. 콜리어리 초등학교의 말썽쟁이를 담당하고 있는 두 아이, 두갈과 두미사니(일명 두두 브라더스)는 어떻게든 토미의 얼굴이 보고 싶다. 모범생 반장 체리스는 "그건 토미의 사생활이야!"하고 소리치지만 사실 속으론 엄청 궁금하다. 그래서 토미에게 온갖 질문을 해서 정신없게 만든 다음 슬쩍 "넌 왜 방한모를 쓰니?"하고 묻지만 "왜냐하면..." 이라는 답변밖에 듣지 못한다. 두두 브라더스는 토미를 미행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릴레이 질문하기 작전을 펼치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다.


토미의 사연을 알고 싶어 하는 과정에서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한 명씩 소개되는데, 이게 이 책의 큰 재미다. 아이들이 별명을 기가 막히게 잘 짓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별명을 지어주는데, 예를 들어 라술 교장 선생님은 일명 '모시 선생님'이다. 교장 선생님이 워낙 잘 울어서 빅토리아 폭포(아프리카 토착어로 '모시 와 툰냐') 같아서 모시 선생님이라고 별명을 지어준 것이다. 친구들의 별명도 아주 재미있다. 매일 창문 밖을 보며 공상에 빠진 아이 빌리 드 네어는 일명 '우주 미아', 모르는 게 없는 도나 카일은 '디스커버리 채널', 말 없고 키가 작은 응포는 '꼬마 생쥐'라고 부른다. 하물며 교실을 청소하는 플라체 아저씨에게까지 별명을 지어주는데 그는 일명 '로켓맨'이다.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으로 비질을 하며 청소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별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기로 했다. 친구들 별명을 어떻게 지어주느냐 했더니, 주로 외모나 이름으로 짓는다고 한다. 성이 '김'이면 '김밥', 이름이 '예란'이면 '계란', 이런 식이다. 또 뚱뚱하면 '돼지'라고 하거나, 마르면 '젓가락'이라고 한단다. 내 어린 시절과 별로 달라지진 않았다. 나는 어릴 적 별명이 '화수목금', '하수구' 등이었다. 이름이 '김화수'여서 생긴 별명인데 나는 이 별명이 싫었다. 별 의미 없이 지어진 별명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살이 쪘을 때는 외모를 비하하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그게 나에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내 경험을 얘기해주니, 너도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저는 김 씨라고 김치라고 하는 애들이 있는데요. 급식 먹을 때마다 김치 김치 하면서 놀리는데, 성이 김 씨인 애가 한둘도 아니고 지겹고 짜증 나요."

"저는 여잔데 덩치 크고 키 크다고 돼지니 거인이니 하면서 놀림받았는데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하니까 짜증 나서 때렸거든요. 선생님한테 저만 혼났어요."


콜리어리 초등학교에서는 다들 별명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우리는 싫은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콜리어리 애들은 친구가 좋아하는 별명으로 부르잖아요. 근데 우리는 하지 말라는 별명을 계속 놀리는 식으로 부르니까 싫어요."

"콜리어리 학교에선 별명으로 부르면 더 친한 것 같은데요. 우리는 서로 괴롭히고 화나게 하려고 별명을 짓잖아요. 그게 다른 점이에요."

"또 친구의 행동이나 성격을 잘 관찰해서 지은 별명이잖아요. 근데 이름이나 외모로 짓는 건 너무 성의 없어요. 그러니깐 듣는 사람도 그 별명에 애정이 안 생겨요."

아이들과 서로 애정이 담긴 별명을 지어주기로 한다. 또 불리고 싶은 별명을 직접 지어보는 활동을 해본 후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두두 브라더스는 토미의 비밀을 밝히려는 계획을 멈추고, 다른 멋진 계획을 세운다. 바로 모든 아이들이 얼굴에 복면을 쓰고 학교에 오는 것이다! 4학년 2반 모든 아이들이 갖가지 종류의 방한모를 쓰고 왔다. 방한모가 없는 아이는 할머니의 찻주전자 덮개를 쓰고 오기도 하고, 비니에 구멍을 뚫어 쓰기도 했다. 이것도 저것도 없었던 아이는 팬티스타킹을 덮어쓰기도! 예전에 본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항암 치료를 받고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친구들 위해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삭발을 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내용의 책도 있다. <꿈꾸는 레모네이드 클럽: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베틀북 펴냄>인데, 이 책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아이들에게 이 뉴스를 말해주면서 친구의 상처를 들추기보다 기꺼이 같은 처지가 되어주려는 노력이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얼굴을 감추는 행위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늘 조용하고 있는지 없는지 몰라 일명 '꼬마 생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응포가 반 아이들 앞에서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토미가 얼굴을 가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나는 아이들과 얼굴을 감추는 것이 왜 마음을 안정시키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또 익명성에 숨어 악플을 달고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수상한 아이가 전학 왔다!』는 이야기 자체로도 정말 재미있지만, 곳곳에 생각할 거리가 널려있다. 하나하나 다 짚어 이야기를 나누는데 1시간 30분 수업 시간은 너무 짧다. 그래서 보통 2번 나누어 수업을 한다. 이 책이 가진 놀라운 장점 중 꼭 다루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성역할 고정관념이다. 어쩌면 페미니즘 동화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먼저 남성인 교장 선생님은 너무 자주 울어 '폭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다. 학교 청소부는 남성인 '플라체 아저씨'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별명이 없는 선생님은 여성인 트웨트 선생님인데, 그녀가 감히 별명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 무섭기 때문이다. 물론 전형적인 모습의 선생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작가는 아주 자연스럽게 다양한 모습의 인물을 배치하여 의식하지 않고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했기에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머리를 치는 반전은 토미에게서 일어난다. 토미는 바지 교복을 입고 있다. '토미 맥아담'이라는 '남자 같은?' 이름이다. 겨우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아이들은 토미를 '소년'이라고 단정 짓는다. 토미를 소년이라 단정 지었기에 그들은 토미를 축구에 끼워줬고, 엄청 과격한 축구를 하는 토미를 더욱더 소년이라 여긴다. 토미는 방한모를 벗기 전 이런 다짐을 받는다.

"방한모를 벗고 난 뒤에도 축구할 때 끼워 주겠다고 약속해 줘."

그렇다. 토미는 방한모 '소년'이 아니라 '소녀'였다. 풀네임은 '토마시나 카렌 맥아담'인. 토미가 방한모를 벗었을 때 아이들은 모두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른다.

"토마시나! 방한모 소녀! 토마시나! 방한모 소녀!"하고 말이다.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놀랍고 뭉클해진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 편견 없이 세상을 보자, 다른 것을 다른 채로 존중하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런 믿음이 배신당할 때가 너무도 많았고,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아이들을 많이도 봐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여자 애가 조심성이 없다, 남자가 그렇게 마음이 약하면 어떡하냐 등, 해서는 안 될 말을 생각 없이 내뱉었던 때도 있었다.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달라졌다. 페미니즘 하면 여성 위주로 생각하고, 여성 우월주의를 갖게 될 것 같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나는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인간 전체에 대한 이해가 커졌다. 토미가 여성임을 숨겼을 때 축구에 낄 수 있었지만, 친구들이 토미의 사정을 이해하고 기꺼이 토미의 입장이 되어주자 토미가 여성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입장이 되어 보는 것, 그래서 내가 존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 그러기 위해 기존의 생각을 역전시켜 보는 것, 그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페미니즘이라 이름 붙이지 않고도 그 주제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수상한 아이가 전학 왔다!』이다.



우리는 뚫어져라 새로 전학 온 아이를 쳐다보았다. 토미라는 아이는 평범한 갈색 눈에, 평범한 녹색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건 그걸로 끝이었다. 얼굴의 나머지 부분인 코와 입과 뺨 그리고 머리카락은 모두 방한모 아래에 감춰져 있었다. 그러니까 전학생은 빨강과 주황 줄무늬로 된 방한모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아이들은 순수한 호기심을 가졌을 뿐이지만, 때론 호기심도 폭력이 된다. 아이들은 "너는 왜 그러니?"라는 말을 싫어한다. '너는 왜 남들 같지 않니?'도 비슷한 의미다. 그렇게 태어났고, 나로서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남들이 너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대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평범함, 즉 정상성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사회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어디에나 들이밀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질문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나는 결혼 10년 차지만 아이가 없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거 아니냐?", "고양이 키울 게 아니라 아이를 키워라."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아이들일수록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전형적인 가족 형태에 익숙하다 보니 다른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 한국 사회의 정상성인데 왜 비정상적 삶을 사느냐고 타박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 때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신을 해야겠다 생각한 적도 있다. 나의 정체를 밝히고 설명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자, 깊은 상처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콜리어리 초등학교 4학년 2반 학생들은 토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포기했다. 아니 그만두었다. 토미가 화상 입은 얼굴이든, 암환자든, 얼굴이 없든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토미는 그저 토미다. 교장 선생님 별명을 얘기하며 시시덕 거릴 수 있는, 축구를 미친 사람처럼 하는 토미는 그저 토미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보이는 게 다인 세상은 얼마나 지루한가. 방한모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두근대는 세상이야말로 살아볼 만한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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